화면 속 공이 움직이기 전에 방 안의 시선이 움직였다
스크린골프에서 친구가 중요한 퍼팅을 하는 순간, 내 알람이 울려 공보다 내 얼굴이 먼저 굳은 썰
주차 시간을 다시 확인하려고 맞춘 알람이었다. 친구가 자세를 잡고 방 안이 조용해진 순간, 내 가방에서 소리가 나자 응원 대신 사과부터 하게 됐다.
넨네 편집팀 ·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잘 못해도 분위기는 편하게 만들고 싶었다
친구들이 스크린골프를 치러 가자고 했을 때 나는 실력부터 걱정했다. 자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너무 오래 걸리면 어쩌나 싶었다. 친구는 천천히 해도 되고 같이 놀러 가는 거라고 했다. 그 말에 가벼워졌지만 도착해서는 다시 사람들의 움직임을 봤다. 어느 때 말을 줄이는지, 자리를 어떻게 바꾸는지 신경 썼다. 잘 치지는 못해도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시작 전에 주차 정보를 확인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봐야 할 것 같아 휴대폰에 확인 알람을 하나 넣었다. 중요한 것은 귀가 시간이 아니라 내가 놓치기 쉬운 작은 일이었다. 그 뒤에는 친구들과 음료를 고르고 설명을 들었다. 휴대폰은 무음으로 바꿔 가방에 넣었다. 이어폰은 함께 이야기하려고 정리해뒀다. 소리 설정까지 다 끝났다고 생각한 채 게임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내 차례가 오기 전마다 긴장했다. 친구들은 내가 헤매도 웃으며 기다려줬다. 좋은 장면이 나오면 같이 반응했고 아쉬우면 다음에 하면 된다고 했다. 방 안이 늘 조용한 것은 아니었다. 말과 웃음이 계속 있어서 휴대폰 소리도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모두 떠드는 시간과 누군가 집중하는 시간은 번갈아 왔다. 나는 그 차이를 아직 가볍게 보고 있었다.
한 친구가 마지막으로 공을 넣으려는 장면이 왔다. 다들 화면을 보고 조금 조용해졌다. 나는 응원 한마디를 하려다 멈췄다. 친구가 자세를 잡고 있는 동안 기다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내 손은 이미 무릎 위에 있었고 가방은 의자 옆에 놓여 있었다. 말하지 않는 준비는 했지만 가방 안에서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보지 않았다. 바로 그때 맞춰둔 시간이 됐다.
조용해진 방에서 내 가방만 자기 차례를 알렸다
멜로디가 울리는 순간 친구의 움직임이 멈췄다. 아직 공이 나가기 전이었다. 친구가 고개를 돌렸고 다른 사람도 소리가 나는 쪽을 봤다. 나는 가방을 잡으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손으로 화면을 찾는 동안에도 같은 부분이 반복됐다. 공보다 내 얼굴이 먼저 굳었다는 말이 딱 맞았다. 방금 전까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내가 가장 눈에 띄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알람을 끄고 주차 확인용이었다고 설명했다. 친구는 잠깐 다시 준비하면 된다고 했다. 나는 괜히 집중이 깨진 게 아닌지 물었다. 괜찮다는 답을 듣고도 한 번 더 사과했다. 다른 친구가 우리도 조금 쉬자고 말을 바꿔줘서야 멈췄다. 소리는 끝났는데 나는 그 뒤까지 자꾸 말을 더하고 있었다. 친구의 다음 동작을 기다려주는 대신 내 민망함을 먼저 정리하려 했다.
친구가 다시 자세를 잡자 나는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랐다. 잘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나 때문일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보는 것도 이상했다. 친구의 한 번을 내 알람 하나로 미리 결론 내릴 수는 없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방해한 것을 인정하고 다음 순간에는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었다. 나는 입을 닫고 자리에 앉았다. 친구가 준비하는 시간을 다시 친구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그 장면이 끝난 뒤 사람들은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결과를 길게 알람 탓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는 그 반응에 마음이 조금 풀렸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아니었다며 내 쪽에서 정리하고 싶지는 않았다. 누군가 집중하던 시간을 멈추게 한 것은 사실이었다. 친구가 웃으며 넘어가줬다는 점을 기억하면 됐다. 다음에 내가 챙길 수 있는 준비도 분명했다.
친구가 집중을 다시 잡는 동안, 나도 내 민망함보다 그 사람의 다음 순간을 기다려야 했다.
친구의 한 번을 내가 미리 결론 내릴 필요는 없었다
잠깐 쉬는 동안 남아 있는 알람을 확인했다. 주차 정보도 직접 봤다. 생각보다 당장 움직여야 할 일은 아니었다. 처음에 휴식 시간에 함께 확인하면 됐을 수도 있었다. 나는 놓치지 않으려고 켜둔 것을 꼭 필요한 순간의 신호처럼 다뤘다. 알람이 울리면 내 몸도 바로 반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알람 자체가 언제 어떻게 필요한지 다시 고를 수 있었다.
친구에게는 다음부터 시작 전에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친구는 같이 있을 때 잠깐 쉬자고 하면 된다고 했다. 나는 초보라서 시간을 따로 쓰는 것까지 미안하게 여겼는데, 오히려 그 마음 때문에 설명할 일을 늘렸다. 모르는 것과 개인 일정은 짧게 말할 수 있었다. 혼자 준비를 숨겨놓고 갑자기 소리로 알리는 편이 더 어색했다. 서로의 시간을 아는 것이 함께 노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집에 돌아와서는 무음 설정만 믿었던 습관을 봤다. 이어폰으로 소리를 받는 방법도 실제 기기에서 따로 시험했다. 넨네의 개인 알람은 혼자 쉬거나 기다릴 때 선택지가 될 수 있었다. 다만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계속 이어폰을 쓰는 것이 편한지는 별개였다. 그 자리의 안내와 대화를 듣는 것이 우선이었다. 불필요한 알람을 끄고 정해진 쉬는 시간에 화면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었다.
다음 약속 전에는 주차처럼 확인할 일을 먼저 살폈다. 언제 다시 봐야 하는지 친구와도 이야기했다. 그날 필요한 알람만 남겼고 함께 집중하는 동안 울릴 것은 정리했다. 가방은 물건을 찾기 쉬운 위치에 뒀다. 준비가 끝났다는 느낌을 무음 표시 하나에서 얻지 않으려 했다. 화면에 실제로 켜진 것을 확인하니 안에서 계속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다음에는 기다리는 시간에 내 시간도 함께 정리했다
다시 만났을 때 친구들은 오늘의 목표를 농담처럼 말했다. 나는 잘 치는 것 말고 조용히 기다리는 것도 목표라고 답했다. 지난번 이야기를 내가 먼저 짧게 꺼내니 가볍게 웃고 넘어갈 수 있었다. 계속 미안한 사람으로 남으려고 온 것은 아니었다. 다음에 달리한 행동을 알고 같은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날은 시작부터 내 가방 위치를 여러 번 확인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준비하는 동안에는 말의 길이도 줄였다. 함께 웃을 때와 잠깐 기다릴 때를 조금씩 알게 됐다. 소리가 하나도 없어야 한다고 긴장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 휴대폰에서 예상하지 못한 소리가 나오지 않게 해뒀다는 점이 편했다. 내 차례에는 친구들이 기다렸고 다른 차례에는 내가 기다렸다. 그 정도의 작은 순서가 모여 함께하는 시간이 됐다.
휴식할 때는 필요한 연락과 주차 정보를 확인했다. 따로 알람이 몰아붙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개인적인 신호가 필요한 때에는 먼저 어떤 방식으로 들릴지 알아보고 썼다. 상황이 다르면 같은 준비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모든 소리를 없애겠다는 큰 결심보다 지금 어느 흐름에 있는지 아는 편이 더 현실적이었다. 내게 맞는 방법은 그때 선택하면 됐다.
친구가 다시 중요한 장면에서 자세를 잡았다. 이번에는 화면과 친구를 조용히 보았다. 내 가방을 신경 쓰느라 숨을 참을 필요가 없었다. 공이 움직이고 반응이 나왔을 때 함께 웃었다. 좋은 결과든 아쉬운 결과든 그 순간은 친구의 것이었다. 내가 끼어들지 않은 평범함이 좋았다. 누군가 한 번을 준비하는 시간에 옆에서 잠깐 기다리는 일이 이렇게 단순할 수도 있었다.
좋은 동행은 소리가 없는 순간에도 만들어졌다
첫 알람 이야기는 가끔 우리 사이의 농담으로 돌아온다. 내 차례보다 휴대폰 차례가 더 정확했다는 말도 있었다. 나는 웃으며 이제는 그 차례를 빼뒀다고 답한다. 크게 다툰 일이 아니었지만 친구가 보여준 여유는 기억하고 싶었다. 내가 실수했을 때 편하게 넘어갈 수 있게 해준 사람이 있었다. 다음에는 나도 다른 사람의 작은 실수에 그 정도의 여유를 줄 수 있으면 됐다.
한 번의 결과를 내 방해 하나로 다 설명하려던 마음도 줄었다. 미안한 일이면 사과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면 됐다. 계속 내 탓인지 묻는 것은 상대에게 안심시키는 말을 더 부탁하는 일이 될 수 있었다. 친구가 다시 준비할 시간을 기다린 것이 그날 할 수 있었던 더 나은 행동이었다. 그 뒤의 웃음도 사과를 반복해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다시 같은 흐름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생겼다.
지금은 함께 노는 약속에도 작은 준비를 한다. 필요 없는 알람을 정리하고 개인적으로 확인할 시간이 있으면 말한다. 이어폰을 사용할 때는 실제 출력과 주변을 들을 수 있는지도 먼저 본다. 어떤 방법이든 다른 사람과 나누는 시간을 대신 정해주지는 않는다. 함께 정하면 쉬운 것이 많았다. 혼자 시간을 관리한다는 이유로 숨겨둘 필요가 없었다.
끝나고 나올 때 친구는 다음에도 같이 오자고 했다. 나는 가능한 날을 말하고 가방을 들었다. 실력이 갑자기 좋아진 날은 아니었지만 함께 보내는 시간은 전보다 편했다. 주차 확인도 필요한 때 마쳤고 사과할 알람도 없었다. 오늘 기억에는 친구의 공과 우리 웃음이 먼저 남았다. 내 휴대폰은 그 뒤에서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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