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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먼저 아침을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야간버스에서 도착 준비 알람을 맞췄다가, 아직 자던 승객들을 깨운 썰

도착하기 전에 머리도 정리하고 짐도 챙기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 이른 시간에 알람을 맞췄다. 내 아침을 여유롭게 만들려던 소리가, 아직 어두운 버스 안에서 다른 사람의 잠을 먼저 끝냈다.

넨네 편집팀 ·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도착해서 허둥대고 싶지 않았다

오랜만에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다. 숙박비를 조금 아끼고 아침부터 움직여보려고 야간버스를 골랐다. 저녁에 일을 마치고 바로 터미널로 가느라 저녁도 편의점에서 대충 해결했다. 버스에 올라 외투를 접어 무릎에 올리자 그제야 하루가 끝나는 것 같았다. 창밖에서는 아직 사람들이 바쁘게 걸었지만 내 자리 주변은 이미 잠잘 준비를 하는 분위기였다.

도착 예정 시간은 이른 아침이었다. 내리자마자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밤새 앉아 있던 모습 그대로 인사하고 싶지는 않았다.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충전하던 선을 빼고, 가방에서 필요한 것을 꺼낼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안내에 맞춰 급하게 짐을 챙기는 내 모습이 먼저 떠올랐다. 이번에는 조금 여유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도착보다 꽤 앞선 시각에 알람을 맞췄다. 내려야 할 곳을 놓칠까 봐서라기보다 남들보다 먼저 준비하고 싶어서였다. 휴대폰 화면의 시간을 보고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귀가 불편해져 벗어 가방에 넣었다. 알람은 그대로 둔 채 화면을 껐다. 버스 안에서 그 소리가 어떻게 들릴지는 떠올리지 못했다.

불이 어두워지고 앞쪽에서 작은 안내가 들렸다. 나는 신발을 가지런히 두고 좌석에 등을 붙였다. 옆 사람은 목베개를 고쳐 끼고 눈을 감았다. 누군가 커튼을 정리하는 소리도 잠깐 나다가 멎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같은 시간에 잠들려고 애쓰는 공간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내가 깰 시간을 정해뒀다는 안도감에 더 마음을 썼다.

어두운 차 안에서 내 아침만 크게 시작됐다

휴대폰이 울렸을 때 처음에는 꿈속 소리인 줄 알았다. 눈을 뜨니 창밖이 아직 짙은 회색이었다.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무릎과 좌석 틈을 더듬었다. 소리는 외투 안주머니에서 나오고 있었다. 몸을 일으켜 주머니를 찾는 동안 알람이 한 번 더 반복됐다. 평소 집에서 듣던 짧은 소리가 그 안에서는 유난히 또렷하고 길게 느껴졌다.

옆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앞자리에서도 몸을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휴대폰을 껐지만 어둠 속에서는 사과하는 목소리조차 크게 들릴 것 같았다. 옆 사람에게 작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상대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눈을 감았다. 화를 내지도, 길게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빼앗은 몇 분을 어떻게 돌려줄 수 없다는 사실이 더 선명해졌다.

시간을 보니 도착까지 아직 여유가 있었다. 내가 원했던 것이 바로 그 여유였는데 막상 생기고 나니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어두운 자리에서 가방을 뒤적이면 또 소리가 날 것 같았다. 머리를 정리할 거울도 꺼내지 못하고 창밖만 봤다. 남들보다 먼저 준비하겠다는 계획으로 일어났지만 실제로는 남들이 다시 잠들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얼마 뒤 버스 안이 조금씩 밝아지고 안내가 나왔다. 그제야 주변에서 가방을 여는 소리와 작은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나도 충전선을 정리하고 짐을 챙겼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리면서 옆 사람에게 다시 짧게 사과했다. 괜찮다는 답을 들었지만, 먼저 깨고 싶었던 마음과 모두에게 들리는 소리를 골랐던 일은 따로 생각해야겠다는 느낌이 남았다.

내 아침을 조금 먼저 시작하고 싶었을 뿐, 옆 사람의 마지막 잠까지 끝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에게 필요한 시간과 버스의 아침은 달랐다

친구를 만나서는 버스에서 잘 잤느냐는 말에 애매하게 웃었다. 잠을 못 잔 것보다 내가 누군가를 깨웠다는 일이 먼저 생각났다. 친구도 야간버스에서는 마지막까지 눈을 붙이고 싶은 날이 있다고 했다. 출근하려고 타는 사람도, 멀리서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 여행 첫날의 설렘이 옆 사람에게는 평범하게 피곤한 아침일 수 있었다.

다음 이동을 준비할 때는 알람 시간을 고르기 전에 필요한 준비를 종이에 적어봤다. 선 정리하기, 작은 가방 챙기기, 외투 입기. 대부분은 출발 전에 위치만 정해두면 되는 일이었다. 도착 전에 해야 하는 것과 내가 괜히 일찍 해두고 싶은 것을 나누자 필요한 시간이 줄었다. 불안해서 길게 잡아둔 준비 시간이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달될 이유도 없었다.

개인 알림이 여전히 필요할 때를 위해 집에서 넨네를 시험했다. 이어폰으로 내게 들리는 신호를 확인하고 실제로 사용할 기기와 연결 상태도 살폈다. 연결이 끊긴 상태까지 같은 방식으로 될 거라고 넘겨짚지 않았다. 이어폰을 밤새 착용하는 게 불편한 날에는 무리해서 쓰지 않기로 했다. 그날의 버스 안내와 내 상태에 맞는 조용한 방법을 고르는 것이 먼저였다.

모든 준비를 알람 하나에 맡기지도 않기로 했다. 필요한 물건은 손이 닿는 곳에 정리하고, 도착 안내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이어폰을 쓰더라도 주변 상황을 놓치지 않는 편안한 방식이어야 했다. 내가 만든 시간을 지키는 것보다 실제 이동 상황에 맞춰 움직이는 게 중요했다. 알람은 내가 준비하는 일을 도와주는 신호이지, 다른 승객의 아침까지 정하는 방송은 아니었다.

혼자 깨어 있는 시간도 조용히 가질 수 있었다

다음번 야간버스에서는 탑승 전에 가방을 한 번 더 정리했다. 내릴 때 꺼낼 물건을 같은 주머니에 모으고, 지금 쓰지 않을 것은 깊이 넣었다. 도착하면 바로 완벽한 모습이어야 한다는 마음도 조금 내려놨다. 얼굴을 씻고 머리를 제대로 정리하는 일은 내린 뒤에 해도 됐다. 버스 좌석에서 아침의 모든 준비를 끝낼 필요는 없었다.

어두운 차 안에서 눈이 떠졌을 때 옆 사람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 내게 필요한 신호만 확인하고 휴대폰 화면을 가렸다. 급하게 움직이지 않고 앉은 채 잠깐 창밖을 봤다. 일찍 깨어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알리지 않아도 내 시간은 있었다. 지난번에는 너무 길게 느껴졌던 도착 전 몇 분이 이번에는 나름대로 차분한 여행의 한 부분이 됐다.

안내가 나온 뒤 가방을 챙기는데 옆 사람이 떨어뜨린 작은 물건이 발밑에 보였다. 손으로 가리켜 알려주니 고맙다고 했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차례로 내렸다. 내가 주변을 의식하는 일이 꼭 눈치를 보며 굳어 있는 모습일 필요는 없었다. 필요한 것은 조용히 하고, 도울 수 있는 일은 작게 돕는 정도면 됐다. 그날은 사과보다 평범한 인사로 버스에서 내렸다.

여행을 시작할 때면 여전히 조금 들뜬다. 먼저 일어나 좋은 하루를 준비하고 싶은 마음도 그대로다. 다만 같은 버스에 탄 사람은 각자 다른 하루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함께 생각한다. 내 준비를 시작하는 시각과 다른 사람의 잠이 끝나는 시각은 같지 않아도 된다. 작은 신호를 내 자리 안에서 받는 것만으로, 내 아침과 옆 사람의 마지막 잠이 함께 남을 수 있었다.

넨네

먼저 깨어나는 나와, 조금 더 자고 싶은 옆 사람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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