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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릴 사람은 나 한 명이었는데

기차에서 내릴 시간에 맞춰둔 알람이 울려, 옆자리에서 자던 사람까지 깨운 썰

목적지를 지나칠까 봐 알람을 맞추고 기차에서 눈을 붙였다. 눈을 떠보니 내 역에 도착하기도 전에 옆자리 사람이 먼저 깨어 있었고, 내 휴대폰을 가리키고 있었다.

넨네 편집팀 ·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창가에 앉자마자 졸음이 왔다

이른 아침 기차를 타려고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일어났다. 짐은 전날 챙겼지만 늦을까 봐 잠을 설쳤다. 역에 도착하고 표를 확인하고 나서야 긴장이 풀렸다. 좌석에 앉았을 때는 커피를 사 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그러다 따뜻한 객실과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창밖을 보니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목적지까지는 아직 한 시간 넘게 남아 있었다.

내리는 역은 종점이 아니었다. 깊이 잠들었다가 지나치면 돌아오는 길이 복잡할 것 같았다. 지도와 승차권을 번갈아 보며 도착 예정 시각을 확인했다. 짐을 꺼내고 통로로 나갈 시간을 생각해 조금 이르게 알람을 맞췄다. 열차가 늦어지면 방송을 듣고 조정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알람을 켜놓으니 그제야 머리를 좌석에 기댈 수 있었다.

옆자리 사람도 피곤해 보였다. 목베개를 고쳐 쓰고 팔짱을 낀 뒤 눈을 감았다. 통로 건너에서는 누군가 얇은 겉옷을 덮고 있었고, 앞좌석 등받이 사이로 책 한 권이 보였다. 아침 기차 안에서는 각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작게 듣다가 잠이 들 것 같아 케이스에 넣었다. 계속 귀에 닿아 있는 느낌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이어폰을 뺀 뒤에도 알람 설정은 그대로 뒀다. 낮에 집에서 낮잠 잘 때처럼 휴대폰을 몸 가까이 두면 금방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겉옷 주머니에 넣고 손을 얹었다. 혹시 소리가 나면 바로 알아챌 테니 주변 사람에게 오래 들려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잠들기 전의 나는 손을 조금 움직이는 일이 얼마나 쉬운지 알고 있었다. 잠든 뒤의 내가 얼마나 느려질지는 빼놓았다.

내가 눈뜨기 전에 옆 사람이 깼다

꿈속에서 휴대폰을 찾고 있었다. 무언가 계속 울리는데 어느 주머니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실제로도 나는 겉옷 위를 두드리고 있었다. 눈을 떴을 때 옆자리 사람은 이미 몸을 바로 세운 상태였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말없이 내 주머니 쪽을 가리켰다. 그제야 소리가 객실 안에 선명하게 들렸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면서 죄송하다고 두 번 말했다.

옆자리 사람은 괜찮다고 작게 답했다. 그러고는 창 쪽도 나도 아닌 앞을 보았다. 목베개를 다시 고쳐 쓰긴 했지만 곧바로 잠드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알람을 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화면을 잠갔다. 손에 들린 시계를 보니 목적지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었다. 내가 준비할 몇 분을 얻는 동안 옆 사람은 원하지 않은 아침을 조금 일찍 시작한 셈이었다.

객실 전체가 나를 쳐다본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계속 책을 읽었고 누군가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데도 휴대폰에서 소리가 멈춘 뒤의 조용함이 민망했다. 옷을 정리하는 소리까지 크게 느껴져 가만히 앉아 있었다. 옆 사람이 한 번 깊게 숨을 내쉬었을 때는 나 때문인지 아닌지 모르는 작은 동작에도 신경이 갔다. 잠은 완전히 달아났지만 마음은 개운하지 않았다.

잠시 뒤 안내 방송이 나오고 승무원이 통로를 지나갔다. 객실은 다시 평소의 분위기로 돌아갔다. 내릴 준비를 하면서 옆자리 사람에게 지나가겠다고 말했다. 그 사람은 다리를 옆으로 비켜주었다. 마지막으로 작게 사과했고 상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은 거기서 끝났지만 역에 내려서도 그 사람이 다시 잘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남았다.

내릴 역은 나만의 목적지였는데, 깨우는 소리는 옆자리까지 함께 도착했다.

알람을 빨리 끄겠다는 계획은 잠든 나를 빼고 세운 계획이었다

나는 평소 알람을 오래 방치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침에도 소리가 나면 휴대폰을 바로 잡는 편이었다. 그런데 낯선 좌석에서 겉옷을 덮고 자면 위치도 자세도 집과 다르다. 손이 주머니 입구를 못 찾는 동안에도 알람은 계속된다. 잠들기 전에 쉽게 할 수 있던 동작을 잠결에도 똑같이 할 거라고 믿은 것이 그날 계획의 빈틈이었다.

목적지를 지나치기 싫은 마음은 여전했다. 알람 없이 자다가 역을 놓치는 것도 내가 원하는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잠을 포기하고 한 시간 내내 역 이름을 확인하는 것도 아쉬웠다. 조금 쉬면서 내릴 시간을 챙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중요한 것은 알람을 켤지 말지 한 가지만 고르는 일이 아니라, 내게 필요한 신호가 객실의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살피는 일이었다.

나중에 열차를 탈 준비를 하면서 이어폰 알람을 알아봤다. 음악을 들을 때의 출력과 알람이 울릴 때의 출력이 같을 거라고 짐작하지 않고, 실제로 소리가 나는 곳을 확인하기로 했다. 집에서 넨네를 짧게 시험하며 어느 정도 음량이면 알아챌 수 있는지 들어봤다. 긴 이동 날 처음 실행해보는 것보다 여유 있는 때 확인해두니 낯선 설정에 신경 쓸 일이 줄었다.

이어폰으로 신호를 듣더라도 도착 시각은 예정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했다. 내릴 시간에 울린다고 생각한 알람이 실제 위치까지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열차가 지연될 수도 있고 내가 시각을 잘못 적을 수도 있다. 눈을 뜬 뒤에는 승차권과 안내 화면을 다시 확인한다. 내 시간을 조용히 챙기는 방법과 목적지에 제대로 내리는 확인은 함께 있어야 했다.

다음 기차에서는 내 자리에서만 일어났다

다음 이동 때는 역에서 기다리는 동안 이어폰 배터리와 연결을 확인했다. 좌석에서는 가방을 발밑에 정리하고 휴대폰을 손에 닿는 곳에 뒀다. 알람은 도착 직전보다 짐을 챙길 여유가 있는 시각에 맞췄다. 내 귀에서 신호를 들은 뒤 어느 역인지 확인하고 움직이면 됐다.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주변 소리를 완전히 가리지는 않았다.

그날은 창밖을 보다가 자연스럽게 잠들었다. 알람이 들렸을 때 손을 뻗어 멈추고 등을 세웠다. 옆자리 사람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자고 있었다. 내가 그 사람을 깨우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객실에 내 알람 곡이 흐르는 일은 없었다. 가방 지퍼를 천천히 열고 승차권을 확인했다. 다음 역까지 남은 시간이 보였고 서둘러 일어날 필요도 없었다.

통로로 나갈 때는 옆자리 사람이 먼저 몸을 비켜주었다. 이번에는 알람에 놀라 눈을 뜬 얼굴이 아니었다. 나는 감사하다고 말하고 짐을 들었다. 출입문 앞에서 기다리며 지난번에 크게 울렸던 멜로디가 생각났다. 그때도 이렇게 평범하게 일어나 나올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하차 준비가 그날은 작은 성취처럼 느껴졌다.

기차를 타면 잠깐 쉬고 싶은 사람이 많다. 같은 객실에 앉아 있어도 내리는 역과 하루의 시작 시각은 다르다. 나는 내 역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옆 사람은 조금 더 자고 싶었을 것이다. 둘 다 특별한 요구는 아니었다. 이제는 이동 중에 알람을 맞출 때 내릴 시각과 함께 그 신호를 들을 사람도 생각한다. 내 준비가 끝났다고 객실 전체가 깰 필요는 없으니까.

넨네

내릴 시간은 챙기고, 옆자리의 잠은 이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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