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체육대회 전날 리허설

체육대회 연습 뒤 강당에서 잠들어
다음 팀과 마주친 썰

응원 연습이 끝난 관중석에서 15분만 쉬려 했는데, 눈을 뜨니 다른 학과의 음향 점검이 한창이었습니다.

체육대회를 앞두고 학과마다 강당을 빌려 응원 연습을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전 일곱 시부터 여덟 시까지였다. 수업 전에 맞출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어서 모두 졸린 얼굴로 단체 티셔츠를 입고 모였다.

나는 음악 재생과 동작 영상을 맡았다. 연습이 시작되면 스피커 옆을 지키고, 멈출 때마다 구간을 되돌렸다. 한 시간 동안 같은 응원가를 수십 번 들으니 마지막에는 음악이 꺼져도 머릿속에서 박자가 계속됐다.

연습이 끝난 뒤 친구들은 아침을 먹으러 갔다. 나는 첫 수업까지 시간이 애매했고 몸에 힘이 남지 않아 관중석에 앉았다. 다음 팀의 예약은 여덟 시 반부터라 20분 정도는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15분 뒤에 알람을 맞추고 가방을 베개처럼 사용했다. 강당에 소리가 울릴까 봐 음량을 가장 낮게 했고 휴대폰은 가방 안쪽에 넣었다. 가까이 있으니 충분히 들릴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 시간 동안 들은 응원가와 비슷한 알람 소리를 골라 둔 게 문제였다. 잠결에 음악이 들렸지만 연습 장면이 꿈에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한 번 끄고 다시 잔 건지, 아예 못 들은 건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다음에 들린 소리는 훨씬 컸다. 마이크를 두드리는 소리 뒤로 “하나, 둘” 하는 목소리가 강당에 퍼졌다. 눈을 뜨니 무대에는 다른 학과 학생들이 서 있었고 관중석 통로에도 장비 가방이 놓여 있었다.

시계는 여덟 시 삼십오 분이었다. 나는 급히 일어나다 가방 속 물병을 떨어뜨렸다. 빈 강당에 플라스틱 병 굴러가는 소리가 길게 울렸고, 몇 사람이 동시에 이쪽을 바라봤다.

다음 팀 학생이 우리 학과 연습이 아직 안 끝난 줄 알았다고 했다. 내가 가방과 케이블을 좌석에 둔 채 자고 있어서 음향 담당자가 공간을 완전히 넘겨받은 건지 확인하느라 기다렸다는 것이다.

나는 연습은 끝났고 나만 잠들었다고 설명하며 물건을 챙겼다. 충전 케이블 하나가 좌석 아래로 들어가 쉽게 빠지지 않았다. 모두 준비하는 사이 혼자 바닥을 더듬는 시간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강당 밖으로 나오자 첫 수업까지도 빠듯했다. 뛰어가면서 생각해 보니 내게는 비어 있는 20분이었지만 다음 팀에는 장비를 들여놓고 소리를 맞추는 준비 시간이었다. 예약 시작 시각만 지키면 된다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공간을 쓰는 시간은
다음 사람이 준비할 자리를 비워 주며 끝납니다.

다음 연습을 마치며

깨는 시간보다 정리할 시간을 먼저 잡았다

다음 연습부터는 종료 10분 전에 음악을 멈추고 케이블과 소품을 정리했다. 예약표의 끝 시각을 강당에서 나가기 시작하는 시간으로 쓰지 않고, 완전히 비워 주는 시간으로 이해했다.

쉬어야 할 때는 다음 팀의 준비 동선을 막지 않는 로비로 이동했다. 그곳에서도 쉴 수 있는지 먼저 확인했다. 빈 좌석이 보인다고 해서 그 공간이 지금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알람은 응원가와 전혀 다른 소리로 바꾸고 이어폰으로 들었다. 실제로 들리는지 확인한 뒤, 깨는 알람과 자리에서 일어나는 알람을 나눠 맞췄다. 휴대폰도 소리를 막는 가방 깊숙한 곳에 넣지 않았다.

친구 한 명에게 어디에서 몇 시까지 쉬겠다고 알린 것도 도움이 됐다. 누군가에게 깨워 달라는 부탁이 아니라, 내 일정이 틀어졌을 때 팀이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공유였다. 중요한 날에는 한 가지 방법만 믿지 않았다.

이어폰을 낄 때는 안내 방송과 주변 상황을 놓치지 않도록 음량을 조절했다. 이동 중이거나 안전 안내를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조용히 깨는 것보다 주변을 인식하는 일이 중요한 순간도 있다.

체육대회 당일 우리 응원은 연습한 대로 잘 끝났다. 다른 학과의 순서가 시작되자 우리는 소품을 챙겨 빠르게 자리를 비웠다. 관중석이 깔끔해진 모습을 보니 연습의 마지막 동작까지 제대로 마친 기분이 들었다.

그날 강당에서 배운 건 알람을 크게 맞추라는 교훈이 아니었다. 잠깐 쉬는 나와 다음 순서를 준비하는 사람이 같은 공간의 시간을 다르게 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제 일정표를 볼 때는 내 순서의 시작뿐 아니라, 누구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하는 끝도 함께 본다.

이 글은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넨네

연습 뒤에는 잠깐 쉬고,
다음 순서 전에는 자리를 비우고.

공용 공간에서 짧게 쉴 때 내 귀에만 들리는 알람으로 정리할 시간까지 챙겨 보세요.

넨네 다운로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