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명찰을 단 날
교육봉사 첫날 교실 앞에서
잠들어 버린 썰
늦지 않으려고 40분이나 일찍 도착했는데, 담당 선생님이 제 이름을 부를 때까지 복도 벤치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교육봉사 첫날을 앞두고 나는 준비물을 세 번이나 확인했다. 활동지, 색연필, 명찰, 봉사 확인 서류를 책상에 펼쳐 놓고 빠진 것이 없는지 보다가 새벽 한 시가 넘어서야 가방을 닫았다.
낯선 학교에 늦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어 평소보다 두 대 이른 버스를 탔다. 환승이 예상보다 잘돼 약속 시간보다 40분 먼저 도착했다. 현관에는 아직 학생이 거의 없었고 행정실에서도 조금 기다려 달라고 했다.
담당 교실 앞 복도에는 긴 나무 벤치가 있었다. 나는 활동 자료를 무릎 위에 올리고 오늘 할 말을 머릿속으로 연습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함께하게 된…”까지 반복하다가 하품이 나왔다.
잠깐 눈을 감아도 집결 10분 전에는 알람을 맞추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용한 학교 복도에서 휴대폰 소리가 울리면 교실 안까지 들릴 것 같았다. 첫날부터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진동만 맞췄다.
휴대폰은 외투 주머니에 넣고 벽에 머리를 기댔다. 앉아서 자니 깊이 잠들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누가 복도를 지나가면 발소리만으로도 깰 것 같았고, 무엇보다 긴장한 날에는 잘 잘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처음에는 청소 도구가 움직이는 소리와 멀리서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따뜻한 난방 바람이 발끝에 닿자 생각이 흐려졌다. 전날 외운 인사말도 중간부터 이어지지 않았다.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눈을 떴다. 담당 선생님이 교실 열쇠를 든 채 서 있었고, 무릎 위에 올려 둔 활동지는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일어나려다 명찰 끈이 가방 손잡이에 걸려 한 번 더 허둥댔다.
시각은 약속보다 3분 전이었다. 지각은 아니었지만 아무 준비 없이 막 깨어난 얼굴로 첫인사를 하게 됐다. 선생님은 일찍 왔다며 웃어 주셨지만, 나는 자기소개 내내 얼굴이 뜨거웠다.
교실에 들어가 활동지를 나누면서도 혹시 한 장을 잃어버린 건 아닌지 계속 세었다. 아이들이 오기 전 설명을 들을 때는 정신을 차리려고 손바닥을 꽉 쥐었다. 일찍 온 덕분에 여유로워야 할 시간이 오히려 가장 당황스러운 시간이 됐다.
수업은 무사히 진행됐다. 아이들은 내가 복도에서 잤다는 사실을 몰랐고, 선생님도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누가 혼내지 않아도 준비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던 첫날을 내가 스스로 흐트러뜨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일찍 도착한 시간은 남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두 번째 봉사 날
공간의 규칙과 내 시간을 함께 확인했다
다음 주에는 전날 가방을 일찍 싸고 수면 시간을 확보했다. 학교에 도착하면 먼저 담당자에게 도착했다고 알리고, 기다릴 장소와 시간을 확인했다. 혼자 판단해 아무 데서나 쉬지 않는 것도 중요한 준비였다.
담당 선생님은 교무실 옆 대기 공간에서는 이어폰을 써도 괜찮다고 알려 주셨다. 나는 집결 15분 전 알람을 맞추고 이어폰에서 소리가 들리는지 짧게 확인했다. 외부 소리가 완전히 차단되지 않도록 음량도 낮게 두었다.
알람이 들렸을 때는 바로 일어나 세수를 하고 명찰을 달았다. 활동지를 순서대로 정리한 뒤 교실 앞에 서니 첫날에 외웠던 인사말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15분의 차이가 하루 전체의 태도를 바꿔 놓는 것 같았다.
이어폰 알람을 쓸 수 없는 공간이라면 다른 방법을 골라야 한다. 담당자에게 깨워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깊이 잠들 상황을 만들지 않거나 눈에 보이는 타이머를 두는 편이 안전하다. 현장의 규칙이 개인의 편의보다 먼저다.
또 아이들을 돌보는 중에는 졸거나 이어폰을 끼지 않았다. 알람은 수업 전 대기처럼 허용된 짧은 휴식에만 사용했다. 누군가의 안전과 연결된 시간에는 잠을 버티는 방법보다 충분히 자고 오는 준비가 더 중요했다.
교육봉사를 계속하면서 첫날의 실수는 작은 에피소드가 됐다. 그래도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집결 시각만 보지 않고, 도착 연락과 대기 장소, 준비 시작 시각까지 함께 적는다. 낯선 공간에서는 내게 편한 방식보다 그곳에 맞는 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첫인상은 완벽한 말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약속한 시간에 깨어 있고, 안내를 듣고, 준비물을 건넬 수 있는 상태로 서 있는 것. 그 평범한 준비가 누군가에게는 가장 안심되는 첫인사일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이 글은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넨네
일찍 도착한 날의 짧은 휴식도,
준비할 시간에 맞춰 끝나도록.
허용된 대기 공간에서 잠깐 쉴 때 내 귀에만 들리는 알람으로 준비할 시간을 남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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