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 종료 32분 전
코인세탁방에서 잠들어
내 빨래가 꺼내진 썰
늦은 밤 건조기가 끝나기만 기다리다 잠들었고, 눈을 떴을 때 내 옷은 낯선 바구니에 옮겨져 있었습니다.
비가 사흘째 오던 주말이었다. 집 안 빨래 건조대에는 수건이 빽빽했고, 다음 날 입어야 할 옷까지 축축했다. 밤 열한 시가 가까웠지만 결국 큰 가방에 빨래를 넣어 동네 코인세탁방으로 갔다.
세탁방 안에는 건조기 돌아가는 낮은 굉음과 섬유유연제 냄새가 가득했다. 세탁기는 거의 비어 있었지만 대형 건조기는 두 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남은 한 대에 옷을 넣고 32분을 결제했다.
집까지 다녀오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보다가, 벽에 붙은 “종료된 세탁물은 다음 손님이 꺼낼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을 읽었다. 그 문장을 보고도 나는 내가 잠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날은 아침부터 이사 정리를 도와준 뒤였다. 건조기의 일정한 회전음이 생각보다 편안했고, 따뜻한 공기가 얼굴에 닿자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25분 뒤 알람을 맞추려다 세탁방이 조용하지 않으니 그냥 스피커로 울려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휴대폰을 무릎 위에 올리고 알람을 설정했다. 음량은 평소 아침에 쓰던 그대로였다. 다른 손님이 들어오면 금방 깨겠지 싶어 이어폰은 가방에서 꺼내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건조기 유리창 안에서 옷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검은 티셔츠가 위로 올라갔다가 수건 사이로 사라지는 장면을 몇 번 세다가 기억이 끊겼다.
누군가 동전을 넣는 소리에 눈을 떴다. 세탁방 안에는 처음 보는 사람이 서 있었고, 내가 사용하던 건조기 문은 열려 있었다. 옆 테이블의 회색 바구니 안에 내 수건과 티셔츠가 구겨진 채 담겨 있었다.
건조기는 제시간에 멈췄지만,
나는 내 차례가 끝난 줄도 모르고 자고 있었습니다.
끝난 뒤의 18분
다른 사람의 시간을 막고 있었다는 것
휴대폰을 확인하니 알람은 이미 18분 전에 울린 뒤였다. 화면에는 놓친 알람 표시가 남아 있었다. 건조기 소리와 깊은 피로 속에서 아예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새로 온 손님은 내 빨래를 꺼낸 사람이 자기라고 말했다. 건조기를 기다리다가 한참 지나도 내가 일어나지 않아, 깨울까 망설인 끝에 바구니로 옮겼다고 했다. 화를 내는 말투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더 미안했다.
나는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며 옷을 접었다. 양말 한 짝이 테이블 아래로 떨어져 있었고, 수건 사이에는 다른 사람의 건조기 시트가 붙어 있었다. 누가 내 옷을 만졌다는 불편함보다 내가 기계를 막고 있었다는 민망함이 더 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왜 알람을 못 들었는지 생각했다. 소리가 작은 곳에서는 알람이 민폐가 될까 걱정하면서, 시끄러운 곳에서는 오히려 무조건 들릴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일정한 기계음 속에서는 익숙한 멜로디가 배경에 묻힐 수 있었다.
다음에 세탁방에 갔을 때는 이어폰을 연결하고 5분짜리 시험 알람부터 울려 봤다. 휴대폰은 가방 안이 아니라 손에 닿는 주머니에 넣었고, 건조기 종료 7분 전과 2분 전에 두 번 시간을 맞췄다.
알람이 귀 가까이에서 울리니 큰 소리가 아니어도 알아차리기 쉬웠다. 첫 알람에 눈을 뜨고 건조기 화면을 확인했으며, 두 번째 알람이 오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바구니를 준비했다.
그날은 기계가 멈추자마자 빨래를 꺼냈다. 뒤에서 기다리던 사람도 없었고, 옷도 내 손으로 바로 접었다. 건조기 32분은 짧지만 피곤한 밤에는 충분히 잠들 수 있는 시간이다. 이제 나는 빨래를 넣을 때 종료 시간뿐 아니라 내가 어떻게 깨어날지도 함께 정한다.
이 글은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넨네
빨래가 끝나는 시간,
나만 조용히 알 수 있게.
기계 소리가 큰 곳에서도 이어폰 알람을 미리 시험하고 종료 시간보다 여유 있게 맞춰 보세요.
넨네 다운로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