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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싶어서 찾아간 자리에서

작가 북토크에서 가장 뭉클한 이야기를 듣다가, 내 알람이 감동을 끊어버린 썰

책에 밑줄까지 그어가며 기다렸던 자리였다. 작가가 오래 말을 고르던 순간, 다음 일정에 늦지 않으려고 켜둔 내 알람이 먼저 대답했다.

넨네 편집팀 ·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책보다 사람이 궁금해져서 신청했다

한동안 출근길에 같은 책을 읽었다. 문장이 어렵지는 않았는데 어떤 페이지에서는 자꾸 오래 머물렀다. 나와 비슷한 시기를 지나온 사람의 기록 같았다. 작가가 동네 서점에서 북토크를 한다는 소식을 보고 바로 신청했다. 유명한 사람을 직접 본다는 기대보다, 책에서 다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조금 더 들을 수 있겠다는 마음이 컸다. 책에는 질문하고 싶은 페이지도 표시해뒀다.

문제는 그날 저녁의 다른 약속이었다. 북토크가 예정대로 끝나면 이동할 시간이 있었지만 조금만 길어져도 빠듯했다. 둘 중 하나를 옮기면 됐는데 나는 둘 다 갈 수 있을 거라고 계산했다. 휴대폰에 출발 시간을 맞추고 나니 불확실한 일정까지 정리된 기분이 들었다. 알람이 울리면 조용히 빠져나오면 된다고 생각했다. 소리 자체가 조용할지는 따로 생각하지 않았다.

서점에는 의자가 빽빽하게 놓여 있었다. 나는 중간 줄에 앉아 책을 무릎에 올렸다. 직원이 사진 촬영과 휴대폰 소리에 관한 안내를 했다. 화면을 무음으로 바꾸고 가방 옆주머니에 넣었다. 귀에 끼고 있던 이어폰도 뺐다. 오는 길에는 음악이 내게만 들렸으니 휴대폰도 조용하다는 느낌이 남아 있었다. 그 느낌과 실제 알람 설정 사이를 확인하지 않고 행사가 시작됐다.

작가는 처음에 준비한 질문에 답했다. 책을 쓰게 된 계기와 원고를 고친 과정 같은 이야기였다. 나는 표시해둔 페이지를 몇 번 폈다. 글로 읽을 때와 목소리로 들을 때 문장의 무게가 조금 달랐다. 주변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거나 작게 웃었다. 멀리서 혼자 읽던 책이 방 안의 사람들을 잠깐 이어주는 것 같았다. 다음 약속 시간은 그때부터 머릿속에서 뒤로 밀렸다.

말을 고르는 침묵에 다른 소리가 들어왔다

관객 질문 시간에 누군가 책 속 가족 이야기를 물었다. 작가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바로 답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까지 말할지 생각하는 듯했다. 나는 그 침묵도 대답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주변에서 책 넘기는 소리도 줄었다. 작가가 첫 문장을 꺼낸 뒤 내 가방에서 멜로디가 났다. 몇 시간 전에 내가 정한 출발 시간이 그 짧은 침묵을 찾아온 것이다.

가방을 잡아당기며 내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변명처럼 목소리가 나왔다. 작가는 말을 멈추고 기다렸다. 휴대폰을 꺼내는 동안 가방 끈이 의자 다리에 걸렸다. 옆 사람이 책을 자기 쪽으로 당겨 공간을 내줬다. 나는 그 작은 도움에도 고개를 숙였다. 소리를 끄고 나니 작가에게 다시 시작해달라는 말조차 하기 어려웠다. 이미 여러 사람이 나 때문에 움직인 뒤였다.

작가는 괜찮다고 하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방금 전과 첫 문장이 달랐다. 어디까지 말했는지 확인하듯 잠깐 웃고, 조금 더 짧게 정리했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느낀 것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마음에 누군가 다시 출발선을 그은 것 같았다. 듣고 싶어서 신청한 사람인 내가, 정작 가장 듣고 싶던 부분을 끊어버렸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옆 사람은 다시 책을 무릎 가운데로 옮겼다. 나는 시선을 앞으로 두려고 애썼다. 지금이라도 나가야 하는지, 남으면 알람을 괜히 울린 사람이 되는지 생각했다. 출발 시간을 알려주려고 켠 장치가 오히려 결정을 어렵게 만들었다. 다른 약속은 늦을 수 있다고 연락하면 됐다. 하지만 이 방 안에서 막 꺼내려던 이야기는 내가 시간을 더 쓴다고 그대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누구보다 집중해서 듣고 있었는데, 내 휴대폰은 이제 그만 들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조용히 나갈 계획에도 빠진 준비가 있었다

질문이 바뀌는 사이 휴대폰 화면을 열어 다음 약속에 메시지를 보냈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는 답이 왔다. 나는 남은 알람도 껐다. 그렇게 간단히 조정할 수 있는 일을 왜 행사 시작 전에는 하지 않았는지 싶었다. 두 일정을 모두 잘 지키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는데 실제로는 어느 쪽에도 충분한 여유를 주지 않았다. 내 시간표가 빽빽한 만큼 주변 사람의 순서에 기대고 있었다.

끝날 때까지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질문은 하지 못했다. 준비해온 문장이 부끄러워서라기보다, 내 상황을 수습하느라 질문의 맥락을 놓쳤다. 책갈피를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알람 하나가 남의 말만 끊은 게 아니라 내 참여도 줄여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가 끝나고 나니 가방에서 휴대폰을 찾던 몇 초보다 그 뒤에 지나친 시간이 더 아쉬웠다.

인사할 기회가 생겼을 때 짧게 사과했다. 작가는 와줘서 고맙다고 답했다. 다시 길게 설명하면 그 사람의 마지막 시간까지 붙잡을 것 같아 거기서 말을 마쳤다. 내가 얼마나 책을 좋아하는지 증명하는 말도 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마음은 분명했지만 그 마음만으로 조용한 관객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 방문에서는 준비로 보여주면 될 일이었다.

집에 와서 알람 목록과 이어폰 사용 방식을 살펴봤다. 넨네 같은 개인 시간 신호도 필요한 자리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북토크 내내 이어폰을 끼고 듣는 것이 현장에 맞는지는 따로 봐야 했다. 가능한 방법을 늘리는 것과 그 방법을 언제 쓸지 고르는 일은 달랐다. 그날은 다음 일정에 여유를 두거나, 시작 전에 시간을 조정하는 방법이 먼저였다.

다음 행사에는 빈 시간을 함께 예약했다

또 다른 북토크를 신청할 때는 끝난 뒤 바로 약속을 넣지 않았다. 안내된 종료 시각이 실제로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계산에 넣었다. 서점 구경이나 사인 대기가 생길 수도 있었다. 그런 시간을 미리 낭비로 보지 않으니 행사를 선택하는 마음도 달라졌다. 책과 작가에게 관심이 있어서 가는 자리라면, 정해진 분량만 듣고 뛰어나올 준비부터 할 필요는 없었다.

휴대폰은 입장 전에 알람까지 살폈다. 평소 반복하는 시간과 그날 따로 맞춘 시간이 섞여 있었다. 행사 중 필요 없는 것은 껐다. 중요한 연락이 예정돼 있다면 통로 쪽에 앉고 잠깐 나갈 수 있는지 안내를 먼저 확인하기로 했다. 소리를 줄이는 준비와 이동을 줄이는 준비가 함께 필요했다. 내 사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인정하니 오히려 주변을 덜 방해할 수 있었다.

행사가 시작되고 작가가 말을 고르는 순간이 다시 왔다. 이번에는 가방을 의식하지 않았다.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아도 기다릴 수 있었다. 누군가 고개를 숙이고, 다른 누군가는 책을 덮었다. 방 안의 작은 움직임을 느끼면서도 이야기를 놓치지 않았다. 이전에 끊어버렸다고 느꼈던 침묵이 어떤 시간이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아무 말이 없다고 빈 시간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끝날 무렵 준비한 질문도 하나 했다. 작가는 내가 표시한 페이지를 찾아보더니 그 문장을 쓰던 날을 이야기해줬다. 정답을 얻은 기분과는 달랐다. 혼자 읽을 때는 짐작할 수 없던 결을 조금 더 알게 된 느낌이었다. 밖으로 나오니 당장 타야 할 버스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서점 앞에서 책을 한번 더 펴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남겨둔 여유도 행사 경험의 일부가 됐다.

좋아한다는 마음이 방해가 되지 않도록

친구에게 처음 북토크 이야기를 했을 때 친구는 누구나 휴대폰 실수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그것 때문에 계속 자책할 일도 아니었다. 다만 내가 오래 기다린 자리였으니 다음에는 더 편하게 머물고 싶었다. 부끄러운 기억을 지우는 대신, 같은 상황에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기억해두는 쪽을 골랐다. 그러면 다음 행사까지 피하고 싶어질 이유도 줄어들었다.

그날의 책은 여전히 책장에 있다. 표시한 페이지를 볼 때마다 알람 장면만 떠오르지는 않는다. 현장에서 들은 작가의 웃음과 사람들이 함께 조용해지던 순간도 생각난다. 한 번의 실수가 경험 전체를 없애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경험이 소중하다고 실수까지 꾸며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만큼 다른 사람도 듣고 싶었을 거라는 사실을 함께 기억한다.

이제 행사에 갈 때는 화면을 치우기 전 오늘의 소리를 살핀다. 개인 대기 중에는 이어폰 신호를 활용할 수 있고, 함께 듣는 시간에는 없어도 될 알람을 꺼둘 수 있다. 실제 기기에서 어떤 방식으로 들리는지 확인하는 것도 빼먹지 않는다. 거창한 장비가 필요한 준비는 아니다. 내가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던 마음을, 다른 사람의 시간을 지키는 쪽으로 조금 넓혀보는 정도다.

작가가 잠깐 말을 멈추면 이제는 그다음 문장을 기다린다. 내 휴대폰이 대신 틈을 채우지 않아도 된다. 다음 약속까지 남겨둔 시간 덕분에 나도 마음을 앞서 보내지 않는다. 좋아하는 책을 들고 그 방에 앉아 있는 일이면 충분하다. 듣고 싶어서 찾아간 자리에서는, 듣고 있는 사람으로 끝까지 남고 싶다. 그 평범한 바람이 요즘 내 일정표에 작은 빈칸을 만든다.

넨네

기다려온 이야기가 끝까지 이어지도록

행사 전에는 다음 일정과 이동 시간을 함께 살펴보세요. 이어폰을 쓸 수 있는 개인 대기 시간의 알람은 넨네에서 미리 시험하고, 행사 중에는 현장 안내에 맞춰 기기를 정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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