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와놓고 기다리게 만든 사람
중고거래 약속에 일찍 나가 잠깐 졸았는데, 판매자가 내 알람까지 듣고 기다린 썰
늦는 사람이 되기 싫어 이십 분 일찍 도착했다. 잠깐만 눈을 쉬려던 나는 도착 메시지를 놓쳤고, 판매자는 눈앞의 거래 상대에게 다시 전화를 걸고 있었다.
넨네 편집팀 ·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거래 장소에 먼저 가면 마음이 편할 줄 알았다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를 중고로 사기로 했다. 며칠 동안 상태를 묻고 사진도 더 받아봤다. 판매자는 가까운 역 앞에서 거래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늦는 사람이 되기 싫어 약속보다 일찍 출발했다. 낯선 사람과 물건을 주고받는 일은 몇 번 해도 조금 긴장됐다. 장소를 확인하고 현금을 준비하고 배터리 잔량도 봤다. 거래가 시작되기 전의 준비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다.
역 앞에는 약속보다 이십 분쯤 일찍 도착했다. 출구 번호를 확인하고 판매자에게 근처에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판매자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오겠다고 답했다. 나는 천천히 오시라고 했다. 정말 그럴 생각이었다. 일찍 온 것은 내 선택이었고 상대가 서둘러야 할 이유는 없었다. 주변을 한 바퀴 돌까 하다가 출구가 보이는 벤치를 발견했다. 가방을 내려놓고 앉았다.
그날은 오전부터 밖에 있었고 점심을 먹은 뒤였다. 벤치에 기대니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판매자가 올 때까지 십 분만 눈을 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으로 짧은 알람을 맞췄다. 거래 시각보다 앞이었고 출구도 바로 앞이니 괜찮을 것 같았다. 상대가 예상보다 일찍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은 생각했지만, 그때는 메시지를 보겠지 하고 막연히 넘겼다.
이어폰으로 듣던 음악을 끄고 눈을 감았다. 소리가 어디로 나오는지는 시험하지 않았다. 휴대폰은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손에 쥐고 있으면 진동을 느낄 것 같았지만 떨어뜨릴까 봐 넣은 것이다. 가방은 무릎 위에 놓고 양손으로 잡았다.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준비한 자세가 오히려 메시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자세가 됐다. 잠깐 쉬는 일에도 빠진 부분이 있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왔다
누군가 조심스럽게 말을 거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니 쇼핑백을 든 사람이 조금 떨어져 서 있었다. 내 휴대폰에서는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나는 급히 소리를 끄고 거래하러 오셨느냐고 물었다. 판매자가 맞다고 답했다. 아까 도착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이 없어 전화를 했고, 벤치 쪽에서 소리가 나서 혹시나 하고 기다렸다고 했다. 나는 화면을 열기도 전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채팅방에는 도착했다는 말과 어느 쪽에 계시냐는 질문이 있었다. 부재중 전화도 한 통 찍혀 있었다. 판매자는 예상보다 버스가 빨리 와서 조금 일찍 도착한 것이었다. 정해진 거래 시각을 크게 넘긴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내가 먼저 근처에 있다고 알렸으니 상대는 바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먼저 왔다는 정보와 실제로 연락 가능한 상태가 일치하지 않았다.
나는 잠깐 눈을 감았는데 잠들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판매자는 괜찮다고 했지만 다음 일정이 있는지 시간을 한번 봤다. 그 동작을 보고 급해졌다. 준비해온 물건 확인 순서를 빨리 끝내야 할 것 같았다. 전원이 켜지는지 보고 연결도 확인하려 했는데 내 휴대폰에서 메뉴가 잘 안 보였다. 잠에서 막 깬 데다 상대를 더 기다리게 하기 싫어 오히려 손이 굼떠졌다.
판매자가 천천히 확인하라고 했다. 그 말을 두 번 듣고서야 숨을 골랐다. 소리가 나는지 짧게 확인하고 외관도 사진과 비교했다. 돈을 보내고 입금 확인까지 마쳤다. 거래 자체는 문제없이 끝났다. 그런데 돌아서기 전에 내가 또 죄송하다고 했다. 물건 상태를 잘 준비해온 판매자에게 내가 준비한 것은 알람 소리와 서툰 해명 같았다. 일찍 나온 보람을 스스로 흐려놓은 기분이었다.
먼저 도착한 시간은 내가 지킨 것이었지만, 약속을 시작할 시간은 상대가 기다려주고 있었다.
먼저 왔다고 준비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판매자는 늦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찍 왔다. 나도 약속 시각 전에 깨기는 했다. 시간표만 보면 크게 잘못된 일이 없어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메시지를 보내고 답을 기다리고 전화까지 걸었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찾느라 몇 분을 더 썼다. 내가 생각한 약속 준수는 도착 시각에만 머물러 있었다. 실제 만남은 서로를 알아보고 연락을 주고받는 데서 시작됐다.
돌아오는 길에 채팅을 다시 읽었다. 내가 먼저 와 있다고 보낸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 말을 보내면 상대는 언제든 만나도 되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 뒤 잠깐 자리를 비우거나 연락을 못 볼 상황이 되면 알려주는 편이 맞았다. 나는 벤치에 계속 있었으니 장소는 지켰다고 여겼다. 하지만 위치를 지키는 것과 만날 준비를 유지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었다.
이어폰 알람의 출력도 집에서 확인했다. 넨네로 짧게 시험하면서 내 휴대폰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봤다. 개인적인 짧은 휴식에는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래도 앱은 판매자의 도착 메시지를 보고 알아서 나를 깨우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정해둔 시간이 지났다는 신호만 줄 수 있었다. 상대의 이동은 내 계산과 달라질 수 있었고, 거래 직전에는 연락을 직접 보는 일이 남았다.
다음에는 거래 전에 너무 긴 공백이 생기지 않게 출발 시간을 잡기로 했다. 먼저 도착했다면 주변에서 기다리되 잠깐 졸지는 않기로 했다. 피곤한 날에는 무리하게 시간을 붙이지 않는 편이 나았다. 물건을 살 때 확인할 항목도 휴대폰 메모에 짧게 정리했다. 급한 마음 때문에 필요한 확인을 생략하지 않도록, 기다리는 단계와 거래하는 단계 모두에 여유를 남겨두고 싶었다.
두 번째 거래에서는 인사부터 자연스러웠다
몇 주 뒤 다른 물건을 거래할 일이 생겼다. 이번에는 약속에 맞춰 조금만 일찍 나갔다. 도착 메시지를 보내면서 어느 출구의 어느 쪽에 서 있는지 함께 적었다. 옷차림도 알아보기 쉬운 부분만 짧게 알려줬다. 상대는 확인했다고 답했다. 연락을 보내고 나서도 화면을 가끔 확인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몇 분이 아깝다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았다. 지금은 기다리는 일이 내 할 일이었다.
이어폰은 빼서 넣어두었다. 잠깐 음악을 더 듣는 것보다 상대가 가까이 와서 말을 걸 때 바로 알아듣는 편이 편했다. 혼자 이동할 때와 누군가를 만나려는 순간의 기기 사용은 달라도 됐다. 알람이 필요 없으면 켜지 않아도 됐다. 모든 기다림을 짧은 휴식으로 바꾸려 하지 않으니 준비가 간단했다. 주머니 속에서 울릴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고개를 들었다.
판매자가 약속한 방향에서 왔을 때 먼저 인사했다. 서로 이름 대신 거래 물건을 확인하고 웃었다. 물건을 보여주고 질문할 내용도 차분히 물었다. 시간을 뺏었다는 생각에 확인을 줄일 필요가 없었다. 상대도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필요한 과정을 서로 알고 진행하니 몇 분이면 충분했다. 빨리 끝내려고 허둥댔던 지난번보다 오히려 시간이 덜 걸렸다.
입금 확인 뒤 고맙다는 말을 하고 헤어졌다. 상대가 돌아서는 모습을 보며 내가 아직 할 말을 놓친 건 없는지 잠깐 생각했다. 없었다. 어디서 잠들었는지 설명할 필요도 없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할 일도 없었다. 물건을 사고 필요한 확인을 마친 평범한 거래였다. 그제야 처음부터 내가 원했던 만남의 모습이 이런 것이었구나 싶었다.
내가 기다린 시간과 상대가 기다린 시간
처음 거래하던 날에는 일찍 나간 내 수고가 먼저 생각났다. 그런데 상대도 물건을 정리하고 포장하고 약속 장소로 이동했을 것이다. 각자 다른 준비를 하고 같은 시각에 모이는 일이었다. 내가 먼저 앉아 있었다고 상대의 준비를 기다리게 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누가 더 오래 기다렸는지보다 서로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계산의 기준이 조금 바뀌었다.
그날 판매자가 친절하게 기다려준 덕분에 거래는 잘 끝났다. 스피커는 지금도 잘 쓴다. 음악을 틀 때마다 민망한 기억만 드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쇼핑백을 들고 서 있던 사람이 떠오른다. 낯선 사람도 얼마든지 너그러울 수 있었다. 나는 그 친절을 다음 만남에서 조금 더 준비하는 이유로 남겨뒀다. 괜찮다고 해준 것을 괜찮게 반복하지 않고 싶었다.
이제 누군가를 기다릴 때 시간을 잘게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하지 않는다. 기다림도 약속의 한 부분으로 둔다. 개인적으로 쉬는 시간이 따로 있다면 이어폰 신호를 시험하고 쓰면 되지만, 상대가 곧 올 때는 메시지와 주변을 직접 확인한다. 알람이 해야 할 역할과 내가 해야 할 역할을 분명히 하면 기대가 어긋날 일도 줄었다. 시간 신호만으로 사람을 만나는 준비가 끝나지는 않았다.
거래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새 물건을 제자리에 뒀다. 휴대폰에는 감사 인사가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그 뒤에 따로 해명할 문장이 없었다. 먼저 도착하는 것만큼 도착한 뒤의 몇 분을 잘 보내는 일도 중요했다. 이제는 약속 장소가 보이면 자리를 찾기 전에 상대의 메시지를 한번 더 본다.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과, 지금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함께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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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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넨네는 정해둔 시간에 이어폰으로 신호를 주며 거래 상대의 도착을 확인하지 않습니다. 만남 전에는 채팅과 약속 장소를 직접 확인하고, 짧은 알람도 실제 기기에서 시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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