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조용히 있으라고 말한 사람은 나였다
아이 수업 참관에 갔다가, 내 알람 때문에 선생님 설명이 멈춘 썰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보고 싶어 수업 참관에 갔다. 교실 뒤에서 작게 손을 흔들고 흐뭇해하던 중 내 휴대폰이 울렸다. 아침에 아이에게 당부했던 말이,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올랐다.
넨네 편집팀 ·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교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아이만 걱정했다
아이 학교에서 수업을 볼 수 있는 날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이런 수업 참관을 주교산칸, 한자로는 授業参観이라고 부른다. 안내문을 읽고 일을 조정해 시간을 비웠다. 집에서는 숙제하기 싫다고 몸을 비트는 아이가 교실에서는 어떤 표정일지 궁금했다. 선생님 이야기를 잘 듣는지, 친구와는 어떻게 있는지 직접 보면 평소 묻던 질문을 조금 다르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날 아침에는 괜히 잔소리가 많아졌다. 부모가 왔다고 자꾸 뒤돌아보지 말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라고 했다. 아이는 알았다며 신발을 신었다. 내가 오면 손을 흔들어도 되느냐는 물음에는 작게만 하자고 답했다. 아이가 잘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표정까지 진지해졌다. 평소와 다른 사람이 교실에 들어가는 날인데도 긴장해야 할 사람은 아이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 일정도 그날은 평소와 달랐다. 아침 일을 앞당기고 점심 전에는 학교를 나와 다른 볼일을 봐야 했다. 잊지 않으려고 며칠 전에 개인 알람을 맞춰뒀다. 참관 시간이 바뀐 뒤 달력은 고쳤지만 알람까지 다시 보지는 않았다. 머릿속에는 실내에서 신을 것과 안내문, 늦지 않게 도착할 길이 가득했다. 준비물을 놓치지 않는 데 집중하다가 소리 설정은 준비 목록에 넣지 않았다.
교실 뒤에 서니 아이가 금방 나를 찾았다. 웃음을 참는 얼굴로 손끝만 조금 움직였다. 나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앞에서는 선생님이 질문을 하고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내 아이는 손을 들까 말까 하다가 조심스럽게 팔을 올렸다. 그 모습을 보니 아침에 했던 잔소리가 벌써 조금 미안했다. 여기서는 나 없이도 자기 방식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이에게 하던 당부가 내 가방에서 울렸다
선생님이 칠판에 적은 내용을 설명하는데 가방 안에서 익숙한 소리가 났다. 잠깐 다른 보호자의 휴대폰이라고 생각했다. 소리가 바로 내 몸 옆에서 난다는 걸 알고는 손부터 가방에 넣었다. 작은 물건이 많아 휴대폰이 바로 잡히지 않았다. 아이 몇 명이 뒤를 돌아봤고 선생님도 말을 잠시 멈췄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소리를 끄고 입 모양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아이도 나를 보고 있었다. 놀란 표정이었는지 웃음을 참는 표정이었는지 그때는 잘 구분되지 않았다. 나는 아이에게 다시 앞을 보라는 손짓을 하려다가 멈췄다. 지금 앞을 보지 못하게 만든 사람은 나였다. 아침에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말하던 내 목소리가 떠올랐다. 어른이라고 준비를 다 한 것은 아닌데 나는 아이에게만 그 기준을 분명하게 설명했었다.
수업은 금방 이어졌다. 뒤에 선 다른 보호자도 다시 칠판을 봤다. 나만 한동안 손에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무음으로 바꿨다는 기억이 어렴풋이 있었지만 그걸로 남은 알람까지 다 확인한 건 아니었다. 설정 화면에서 같은 날 울릴 것을 하나씩 살폈다. 아이가 발표하는 목소리가 들렸을 때는 급하게 고개를 들었다. 보러 온 모습을 내 휴대폰 때문에 놓칠 뻔했다.
수업이 끝난 뒤 선생님에게 짧게 사과했다. 설명이 끊겨 죄송하다고 말하니 괜찮다고 답해줬다. 아이에게는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며 괜히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아무 일 없던 듯 넘어가기도 싫었다. 아이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말하는 나는 내가 놓친 일을 어떻게 인정하는지 보여줄 수 있었다. 민망함 뒤에 남은 일은 그 정도의 솔직함이었다.
아침에는 아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했는데, 교실에서 먼저 확인했어야 할 것은 내 알람이었다.
어른의 실수도 어른이 설명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먼저 물었다. 아까 그 소리 엄마 거였어, 하고 확인했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아침에 조용히 하라며, 하고 웃었다. 나는 변명하고 싶은 마음을 잠깐 삼켰다. 맞아, 엄마가 알람을 확인하지 않아서 그랬어, 미안했어 하고 말했다. 아이는 그렇게 긴 답을 기대하지 않았는지 금방 다른 이야기를 했다. 나만 그 일을 아주 오래 벌처럼 들고 있을 필요도 없었다.
아이는 수업에서 답을 맞힌 것보다 앞자리 친구가 연필을 빌려줬다는 이야기를 먼저 했다. 나는 그제야 오늘 보고 싶었던 것을 다시 떠올렸다. 잘하는 장면을 확인하러 간 것이 아니라 아이의 하루를 조금 이해하려고 간 것이었다. 아이도 긴장했고 나도 낯선 자리에 서 있었다. 부모가 왔다고 특별히 모범적인 모습이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오늘의 실수를 아이의 수업 전체보다 크게 만들지 않기로 했다.
다음 학교 방문 전에는 안내문 옆에 내 점검 목록을 붙였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휴대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학교 안내부터 읽었다. 참관 중 필요 없는 알람은 미리 껐다. 이동 시간을 챙겨야 하면 교실에 들어가기 전 시계를 보고 일정을 넉넉히 잡았다. 교실에서 알람을 조용하게 바꾸는 것보다 처음부터 울릴 필요가 없는 설정을 정리하는 편이 맞는 날도 있었다.
학교 밖에서 내 개인 알림이 필요한 시간에는 넨네의 이어폰 알람도 시험해 뒀다. 그렇다고 참관 중 이어폰을 쓰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었다. 아이의 말과 선생님의 안내를 듣는 자리에서는 그 자리에 맞는 준비가 먼저였다. 이동하거나 대기할 때와 교실에 들어갈 때의 설정을 나누면 됐다. 장소가 바뀌면 필요한 신호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내 일정에 직접 넣어두었다.
다음에는 아이를 보기 전에 내 휴대폰부터 봤다
다음 참관일 아침에는 아이에게 해야 할 말을 조금 줄였다. 오늘 어떤 시간이 있는지 묻고, 보고 싶어서 가는 거라고 말했다. 아이는 지난번 앉았던 곳을 가리키며 이번에도 뒤에 설 거냐고 물었다. 나는 학교에서 안내하는 자리에 있을 거라고 답했다. 가방을 닫기 전에는 휴대폰의 남은 알람부터 확인했다. 아이 준비물만 살피던 손이 이번에는 내 준비도 같이 살폈다.
교실에 들어가서는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손을 비웠다. 아이가 뒤를 돌아봤을 때 작게 웃어줬다. 발표를 잘하는지 기다리기보다 종이에 무엇을 적는지, 모르는 대목에서 누구를 보는지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이 설명하면 나도 들었다. 참관이라는 이름처럼 그 시간에 함께 있어보는 일이었다. 알람이 또 울릴까 봐 가방을 의식하는 대신 교실 안의 작은 장면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돌아온 뒤에는 오늘 잘했어라는 말부터 하지 않았다. 네가 친구에게 종이를 보여주던데 무슨 이야기였어 하고 물었다.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설명했다. 내가 본 장면과 아이가 느낀 일이 같지는 않았고 그래서 더 듣고 싶었다. 알람이 울렸던 날에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나는 내 민망함에 오래 머물렀다. 다음번에는 조금 더 빨리 아이의 하루로 돌아오고 싶었다.
아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말하는 일보다 내가 조용히 있을 준비를 하는 일이 먼저일 때가 있다. 나도 놓치는 것이 있고 당황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아이의 작은 실수도 다르게 보인다. 이제 학교에 가는 날은 준비 목록에 내 알람을 넣는다. 아이가 실수하지 않는 하루를 보러 가는 대신, 함께 배우는 사람으로 교실 뒤에 서려고 한다. 그날 들으러 간 목소리를 내 소리가 덮지 않도록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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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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