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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일어날 사람만 조용히 일어나면 됐는데

장거리 여행 중 차 안에서 같이 쉬다가, 내 알람에 친구들이 동시에 깬 썰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다 같이 잠깐 쉬기로 했다. 나는 먼저 일어나 음료를 사 오려 했는데, 좁은 차 안에 울린 알람은 친구들까지 한꺼번에 깨워버렸다.

넨네 편집팀 ·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목적지보다 휴게소가 반가웠다

친구 셋과 주말 여행을 가던 날이었다. 아침에 만나 짐을 싣고 출발할 때만 해도 차 안이 시끄러웠다. 듣고 싶은 노래를 번갈아 틀었고, 도착하면 무엇부터 먹을지 이야기했다. 그런데 차가 막히기 시작하면서 말수가 줄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탓에 다들 피곤했다. 운전을 나눠 맡기로 했지만 다음 차례인 친구도 눈을 비비고 있었다.

우리는 억지로 일정을 맞추기보다 휴게소에서 충분히 쉬기로 했다. 정해진 주차 구역에 차를 세우고 먼저 화장실에 다녀왔다. 음료를 마시며 상태를 살핀 뒤 당장 출발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뒷좌석에서 잠깐 졸았던 터라 다른 친구들보다 덜 피곤했다. 조금 먼저 일어나 음료를 사 오고, 나머지는 더 쉬게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친구가 좌석을 조금 젖히며 나중에 천천히 출발하자고 했다. 나는 먼저 일어나서 다녀올 테니 더 자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겉옷을 덮었고 누군가는 창 쪽에 쿠션을 댔다. 출발할 때와 달리 차 안이 금방 조용해졌다. 창밖으로 사람들이 오갔지만 문을 닫으니 소리는 작아졌다. 좁은 공간이 잠깐 쉬어가는 방처럼 느껴졌다.

나는 짧은 알람을 맞추고 휴대폰을 옆에 뒀다. 다른 사람을 챙기려고 먼저 일어날 생각이었기 때문에 배려하고 있다는 기분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깨는지까지는 계획하지 않았다. 집에서 늘 쓰던 알람을 그대로 켜고, 소리가 나면 바로 끄면 된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이 가까이 앉아 있다는 건 알았지만 소리가 그 거리에서 얼마나 크게 들릴지는 떠올리지 못했다.

내 휴대폰보다 친구의 목소리를 먼저 들었다

눈을 뜨기 전 누군가 놀라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내 알람 멜로디가 또렷해졌다. 앞좌석 친구가 몸을 일으켰고 옆자리 친구는 덮고 있던 겉옷을 내렸다. 나는 황급히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좁은 차 안에서는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찾을 필요조차 없었다.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깨어나 나를 보고 있었다. 조용히 먼저 다녀오겠다는 내 계획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나는 미안하다며 먼저 일어나려고 맞춘 거라고 설명했다. 친구 한 명이 웃으면서 ‘그럼 너만 일어나야지’라고 했다. 누구도 크게 화내지는 않았지만 그 말이 정확했다. 다른 친구는 아직 더 자고 싶다며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런데 잠깐 뒤에는 자세를 바꾸고 창밖을 봤다. 한 번 놀라 깬 뒤 바로 다시 잠드는 것은 내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음료를 사러 차 밖으로 나왔다. 원래는 친구들이 자는 동안 다녀와 컵을 조용히 놓아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모두 깨고 나니 무엇을 마실지 직접 물어볼 수 있게 됐다. 그게 편해진 일이기는 했지만 내가 바라던 배려는 아니었다. 가게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친구가 방금까지 얼마나 깊이 잠들었을지 생각했다. 짧게 쉬기로 한 시간에 내가 불필요한 끝을 만든 것 같았다.

차로 돌아왔을 때 친구들은 각자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한 명은 조금 더 쉬고 싶다고 했고 우리는 출발을 더 늦췄다. 일정이 밀린다고 재촉하지 않았다. 운전할 사람이 충분히 깨어 있는지 살피는 게 먼저였다. 음료를 건네며 다시 사과했고 친구는 다음에는 귀에만 울리는 걸 쓰라고 말했다. 농담처럼 한 말이었지만 내게 필요한 방법을 정확히 짚고 있었다.

친구들을 더 쉬게 해주려던 알람이었는데, 정작 가장 먼저 끝낸 것은 친구들의 잠이었다.

좋은 의도에도 소리의 크기는 그대로였다

그날 내가 먼저 깨고 싶었던 이유는 친구들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실수한 뒤 잠깐은 억울한 마음도 있었다. 나쁜 생각으로 한 일이 아닌데 왜 이렇게 됐나 싶었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들린 것은 내 의도가 아니라 좁은 차 안에서 울리는 음악이었다. 남을 챙기려는 마음이 있어도 실제로 상대가 쉬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인지 살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차 안에서는 말소리도 금방 모두에게 닿는다. 휴대폰을 몸 가까이에 두는 것만으로 다른 사람과 소리를 나눠 듣지 않을 수는 없었다. 잠든 사람은 가방을 뒤적이거나 화면을 누르는 동작에도 느릴 수 있다. 나는 눈을 뜨는 시각만 정해두고 그 앞뒤의 장면은 빼놓았다. 먼저 일어나 조용히 문을 열기까지 어떤 순서가 필요한지 생각했어야 했다.

다음 여행 전에 넨네의 이어폰 알람을 집에서 시험했다. 주차한 차에서 동승자로 쉴 때 나만 먼저 알아챌 수 있는 신호를 준비하고 싶었다. 휴대폰과 이어폰의 연결을 확인하고 손이 닿는 자리에 두는 연습도 했다. 친구들에게는 내가 먼저 일어나도 나머지를 바로 깨우지 않겠다고 말했다. 각자 필요한 휴식 시간이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전보다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또한 알람이 울렸다는 이유로 쉬는 시간이 충분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기억했다. 정한 시간이 지나도 운전할 친구가 피곤하면 더 쉬거나 이동 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이 알람은 잠깐 쉬던 동승자가 일어날 시각을 챙기는 도구였다. 운전 중에 쓰거나 졸음을 버티게 해주는 방법은 아니었다. 여행 일정을 맞추고 싶은 마음이 운전할 사람의 상태보다 앞서지 않게 했다.

이번에는 내가 돌아올 때도 친구가 자고 있었다

얼마 뒤 다른 여행에서 비슷하게 휴게소에 들렀다. 이번에도 모두 피곤해 서둘러 출발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먼저 쉬고 있던 동승자였고 친구들은 조금 더 눈을 붙이겠다고 했다. 필요한 물건을 챙겨둔 뒤 이어폰으로 짧은 알람을 준비했다. 처음부터 누가 먼저 일어나고 누가 더 쉴지 이야기하고 나니, 각자 같은 시각에 맞춰 눈을 뜰 필요가 없었다.

신호를 듣고 휴대폰을 멈췄다. 친구들은 그대로 쉬고 있었다. 문을 열기 전에는 차 키와 지갑을 먼저 확인했다. 나갔다가 물건을 찾으러 다시 문을 열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내려 문을 닫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특별한 일이 아닌데 지난번에 하고 싶었던 일이 이제야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잠을 끊지 않고 내 움직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음료를 들고 돌아왔을 때 한 친구는 깨어 있었고 다른 친구는 조금 더 자고 있었다. 깨어 있는 친구와 차 밖에서 잠깐 이야기했다. 도착해서 갈 곳 하나를 줄여도 되겠다고 했고 서로 바로 동의했다. 모두를 깨워 출발 시간을 맞추는 대신 쉬는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이 생겼다. 차 안에 있던 친구가 스스로 일어나 문을 열었을 때 우리는 그제야 다음 이동을 상의했다.

여행에서 함께 움직인다고 모든 시간을 같은 속도로 써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배고픈 시각도 피곤해지는 순간도 조금씩 다르다. 나는 친구들을 챙기고 싶었고 친구들은 내 옆에서 편히 쉬고 싶었을 것이다. 이제는 먼저 움직일 때 소리까지 함께 움직이지 않도록 신경 쓴다. 좋은 여행의 기억에는 어디를 갔는지만큼 서로 편하게 쉴 수 있었는지도 남았다.

넨네

함께 여행해도, 잠깐의 휴식은 각자의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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