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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릴 역을 놓친 날

지하철에서 알람 없이 잠들었다가 내릴 역을 놓친 썰

딱 두 정거장만 눈을 감으려 했습니다. 알람 없이도 일어날 수 있다고 믿었는데, 눈을 뜬 곳은 이미 내릴 역을 지난 뒤였습니다.

잠깐만 눈을 감으려던 퇴근길

퇴근길 지하철에서 자리가 하나 비었다. 종일 서 있었던 터라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그 자리에 앉았다. 집까지 오래 남은 것은 아니었다. 내릴 역은 몇 정거장 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오래 자려는 것도 아니고, 잠깐 눈만 감으면 될 것 같았다.

휴대폰 화면에는 방금 확인한 노선도가 남아 있었다. 다음 역, 그다음 역, 그리고 내가 내려야 할 역. 셋을 눈으로 짚어 보고 화면을 껐다. 알람을 맞출까 잠시 생각했지만 그만두었다. 지하철에서 소리가 울리면 민망할 테고, 진동만으로는 주머니 속 휴대폰을 못 느낄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몇 분도 안 되는 거리인데 설마 못 일어나겠냐고 스스로를 믿었다.

눈을 감아도 안내 방송은 들릴 거라고 생각했다. 열차가 멈출 때마다 사람들이 일어나고 들어오는 기척도 있을 테니까. 아주 조금만 쉬었다가 역 이름이 들리면 바로 일어나면 된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간단한 약속을 하고 고개를 뒤로 기대었다.

처음에는 분명 잠들지 않았다. 주변 사람의 가방이 스치는 느낌, 문이 닫히는 소리, 바퀴가 레일을 지나는 소리가 하나씩 들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소리가 꿈속의 배경처럼 멀어졌다. 두 정거장이라는 거리는 생각보다 짧았고, 잠에 들어가는 시간은 생각보다 빨랐다.

평소 같으면 역 이름이 들릴 때마다 눈을 떴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은 안내 방송이 시작되는 부분만 흐릿하게 들리고 끝은 기억나지 않았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자리를 바꾸는 동안에도 몸은 조금 기울었다가 다시 바로잡혔을 뿐이었다. 스스로는 계속 얕게 졸고 있다고 믿었지만, 역을 하나씩 세는 일은 이미 멈춰 있었다.

옆자리 사람이 내릴 준비를 하며 가방을 드는 기척이 났던 것 같다. 나중에 떠올리니 그 순간이 내가 내려야 할 역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나간 장면은 정확하지 않았다. 잠깐 잠든 사람의 기억은 시간표처럼 이어지지 않는다. 눈을 감은 시각과 다시 뜬 시각 사이가 통째로 비어 있었다.

눈을 뜬 뒤에야 보이는 것

눈을 뜬 것은 열차가 크게 흔들리거나 누가 깨워 줘서가 아니었다. 그냥 갑자기 깼다. 이런 식으로 잠이 깨면 먼저 몸보다 마음이 급해진다. 아직 내릴 역 전이겠지. 아니면 막 도착한 참일지도 모른다. 눈을 뜨기도 전에 안심할 만한 답을 먼저 찾게 된다.

하지만 창밖에 보이는 역 이름은 낯설었다. 분명 내가 내려야 할 역 다음이었는지, 그다음이었는지 바로 감이 오지 않았다. 반대편 벽의 노선도를 찾느라 고개를 돌리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느라 손이 꼬였다. 열차 문이 닫히는 경고음이 들렸지만 이미 늦었다. 어쩔 수 없이 한 역을 더 갔다.

내린 뒤에는 반대편 승강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출구를 향해 걸어 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방향을 바꾸는 일이 별것 아닌데도 괜히 눈에 띄는 듯했다. 반대편 열차를 기다리며 시간을 확인하니, 몇 분만 쉬려던 선택이 꽤 긴 우회로가 되어 있었다.

정확히 몇 정거장을 지나쳤는지도 잠시 후에야 알았다. 중요한 약속에 아주 늦은 것은 아니었지만, 늦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을 완전히 가볍게 하지는 못했다. 이제 어디쯤 왔는지 계속 살피느라 돌아가는 길에는 다시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반대편 승강장 전광판에는 다음 열차까지 남은 시간이 떴다. 몇 분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가만히 서서 기다리니 더 길게 느껴졌다. 늦어질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하나 계산하고, 어디에서 다시 갈아타야 하는지 노선도를 확대했다. 조금 전에는 두 정거장쯤이야 금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한 정거장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돌아가는 열차가 들어왔을 때 빈자리가 보였지만 앉지 않았다. 문 옆에 서서 역 이름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이 작은 우회는 생각보다 피곤했다. 돈이 많이 든 것도, 먼 곳까지 간 것도 아니지만 머릿속에서는 계속 “그때 알람만 맞췄어도”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알람을 안 맞춘 이유는 분명했다

돌아가는 열차 안에서 아까의 망설임을 다시 떠올렸다. 알람이 필요 없어서 안 맞춘 것이 아니었다. 필요했지만, 지하철 칸 전체가 그 소리를 듣는 장면이 싫어서 피한 것이었다. 짧은 거리를 간다는 자신감도 있었지만, 남에게 들리지 않는 방법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던 점이 더 컸다.

물론 시간 알람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은 운행 사정에 따라 늦거나 빨라질 수 있고, 환승에 걸리는 시간도 매번 다르다. 내릴 역을 알려 주는 노선 안내와 몇 분 뒤 깨우는 타이머는 다른 도구다. 다음에는 노선을 먼저 확인하고, 도착하기 전쯤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방법이 꼭 스피커로 울리는 알람일 필요는 없었다. 이어폰을 끼고 있다면 내게만 들리는 소리로 눈을 뜰 수도 있다. 진동이 닿지 않을까 걱정하며 주머니를 쥐고 있을 필요도, 옆 사람에게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릴까 불안해할 필요도 줄어든다.

잠깐 쉬는 동안 완전히 마음을 놓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내릴 역을 놓칠까 걱정해서 자꾸 눈을 뜨면 쉬었다고 말하기 어렵고, 반대로 아무 준비 없이 푹 잠들면 방금 같은 일이 생긴다. 그래서 짧은 쉼에는 짧은 준비가 어울린다.

다른 선택도 떠올랐다. 주머니 속 휴대폰을 꼭 쥐고 진동을 느끼겠다는 방법이다. 하지만 잠든 사이 손에 힘이 풀리면 감각이 둔해질 수 있다. 주변 방송을 듣겠다는 계획도 이미 실패했다. 둘 다 할 수는 있지만, 그날의 나에게는 확실한 기준이 되지 못했다.

이어폰에서 들리는 알림을 생각한 것은 그래서였다. 평소 음악을 들을 때 쓰던 이어폰이 가방 안에 있었다. 그걸 연결하고 몇 분 뒤 울릴 소리를 작게 시험해 봤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지하철 칸 전체에 알람을 울릴까 망설이는 사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 선택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번에는

그날 이후로 지하철에 앉으면 먼저 내릴 역까지 남은 구간을 본다. 잠깐 눈을 감을 생각이라면 도착 예상 시간보다 여유 있게 타이머를 맞추고, 실제 역 안내도 함께 살핀다. 시간을 정해 두었다고 해서 화면을 완전히 잊어버리지는 않는다.

이어폰이 연결되어 있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 알람을 쓸 수 있다. 다만 배터리가 부족하거나 연결이 불안정하면 다른 방법을 택한다. 무조건 잠을 청하는 것보다 지금 쉬어도 괜찮은지 판단하는 편이 낫다. 목적지가 가까워졌다면 그냥 두 눈을 뜨고 창밖을 보는 날도 있다.

내릴 역을 지나친 일은 큰 사건이 아니었다. 반대편 열차를 기다려 돌아오면 그만이었다. 그래도 그 몇 분 덕분에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지하철에서 필요한 것은 눈을 감지 말라는 다짐이 아니라, 눈을 떴을 때 어디에 있는지 놓치지 않게 도와줄 작은 장치라는 것.

다음 날 같은 시간에 지하철을 탔을 때도 졸음은 왔다. 달라진 것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었다. 먼저 노선을 보고, 이어폰 연결 상태를 확인하고, 내릴 때보다 조금 앞선 시각에 알림을 맞췄다. 그날은 알람보다 먼저 눈을 떴다. 그렇다고 준비가 헛된 건 아니었다. 마음 한구석에서 계속 역 이름을 세지 않아도 된 덕분에 짧은 시간은 실제로 쉬는 시간이 되었다.

넨네

잠깐의 쉼에도 돌아올 시간을

이어폰 알람이 필요하다면 넨네에서 시간을 정해 보세요. 이동 중에는 역 안내와 실제 도착 상황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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