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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챙긴 일정표를 들고 가장 듣지 못하는 사람이 됐다

합동 기업설명회에서 다음 회사로 갈 알람이, 지금 회사 설명 도중 울린 썰

하루에 여러 회사 이야기를 들으려고 이동 시간까지 계산해 뒀다. 다음 설명에 늦지 않으려 맞춘 알람은, 눈앞의 담당자가 신입사원의 하루를 설명하는 순간 울렸다.

넨네 편집팀 ·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한 회사라도 더 알아보고 싶었다

취업 준비를 시작하고 처음 간 합동 기업설명회였다. 일본에서는 여러 기업이 한 장소에 모여 채용이나 일을 소개하는 행사를 합동설명회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는 홈페이지에서 참가 회사를 하나씩 눌러보고 들을 순서를 적었다. 이름을 아는 회사만 보지 말자는 조언을 듣고 생소한 회사도 일정에 넣었다. 많이 알아보면 막연한 불안이 조금 줄 것 같았다.

집에서 만든 일정표는 빈틈이 거의 없었다. 한 설명이 끝나면 다음 구역까지 걸어가고, 자리가 있으면 앉고, 없으면 뒤에서라도 들을 계획이었다. 당장 지원을 결정하지 않아도 그날 들은 이야기가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 입어본 정장은 앉을 때마다 어색했다. 그래도 종이에 적힌 순서만 잘 따르면 오늘 하루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장에 도착하니 예상보다 볼 것이 많았다. 자료를 건네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다 보면 시간이 갔고, 구역 사이의 거리도 화면에서 보던 것과 달랐다. 나는 다음 회사의 설명을 놓치지 않으려고 휴대폰에 이동 알람을 넣었다. 이 소리만 들으면 바로 움직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눈앞의 이야기를 듣는 일과 다음 일정을 챙기는 일을 함께 해낼 장치처럼 느껴졌다.

그때 앉은 곳에서는 젊은 직원이 입사 첫해의 업무를 설명하고 있었다. 화려한 소개보다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들려줘서 조금씩 흥미가 생겼다. 미리 적어온 질문 아래에 새 메모를 덧붙였다. 다음 구역으로 갈 때는 뒤쪽 통로로 조용히 나가야겠다고도 생각했다. 가방 안 휴대폰이 먼저 큰 소리로 내 이동 계획을 알릴 수 있다는 것은 생각에서 빠져 있었다.

다음 회사 이름이 머릿속에서 더 크게 울렸다

담당자가 신입 때 실수했던 이야기를 하는데 내 가방에서 알람이 울렸다. 처음에는 행사장 안내음인가 싶어 고개를 들었다. 바로 옆 사람의 시선이 내 가방으로 향하는 걸 보고 알았다. 자료 사이에 넣은 휴대폰을 찾느라 종이가 함께 바스락거렸다. 멈춤 버튼을 누를 때까지 담당자의 말이 잠깐 끊겼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화면에는 내가 써둔 다음 회사 이름이 보였다. 주변에서 읽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내게는 그 글자가 소리보다 더 민망했다. 지금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을까 싶었다. 더 오래 듣고 싶어진 참이었는데, 내 휴대폰은 내가 여기를 떠날 시간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열심히 움직이려고 만든 일정이 눈앞의 사람을 서두르게 하는 표시가 되어버렸다.

담당자는 설명을 이어갔다. 나는 휴대폰을 끄고 다시 노트를 봤지만 방금 하던 말을 놓쳤다. 옆 사람이 적는 속도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괜히 더 열심히 듣는 표정을 짓는 것도 어색했다. 다음 일정까지 몇 분이 남았는지 확인하려다가 손을 멈췄다.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켠 알람 때문에 정작 들으러 온 내용을 놓치고 있었다.

설명이 끝나고 자료를 정리하며 담당자에게 한 번 더 짧게 사과했다. 여러 일정 챙기느라 바쁘시겠다고 가볍게 답해줬다. 그 말에 조금 안심했지만 내가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그는 내 하루 전체를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나는 정해둔 회사를 모두 듣지 못한다고 준비를 실패한 사람도 아니었다. 가방을 메고 바로 뛰어가는 대신 복도에서 잠깐 숨을 골랐다.

다음 회사로 가야 할 시간을 챙기느라, 지금 관심이 생긴 회사의 이야기를 놓치고 있었다.

일정을 지키는 것과 관심을 보여주는 것은 함께 할 수 있었다

의자에 앉아 아직 남은 일정을 다시 봤다. 표시한 회사가 모두 똑같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궁금해서 넣은 곳도 있었고 빈 시간을 두기 불안해서 채운 곳도 있었다. 설명 사이에 조금 쉬어야 메모를 정리할 수 있다는 사실도 그제야 보였다. 아무 회사도 놓치지 않는 하루보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조금 더 분명해지는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이동 알림을 전부 없애지는 않았다. 꼭 듣고 싶은 설명이 있고 장소가 넓으니 조용한 신호가 도움이 될 때도 있었다. 대신 불필요한 알람을 지우고, 각 설명에 들어가기 전에 남은 설정을 확인했다. 중간에 나가야 한다면 출입이 가능한 안내를 먼저 살피고 통로 가까운 자리를 골랐다. 소리를 잘 끄는 것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내 움직임까지 미리 준비할 일이었다.

다음 행사에 가기 전 집에서 넨네의 이어폰 알람을 시험했다. 실제로 사용할 이어폰에서 신호를 듣고 화면에서 멈추는 과정까지 해봤다. 현장에서 이어폰을 쓸 수 있는 상황인지도 따로 확인하기로 했다. 설명을 듣는 데 방해가 된다면 눈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쪽을 고르면 됐다. 알람은 회사를 고르는 일을 대신하지 않고, 내가 필요한 순간을 조용히 알아채도록 돕는 정도면 충분했다.

일정표에도 빈칸을 만들었다. 메모한 것 중 이해하지 못한 표현에 표시하고, 예상보다 관심이 생긴 회사에서는 질문할 시간을 남겼다. 시간이 바뀌면 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꼼꼼하게 준비한 사람처럼 보이려고 오히려 유연함을 잃었던 것 같다. 모든 칸을 끝내는 대신 내가 직접 듣고 판단한 문장 하나를 가져오는 편이 그날의 목적에 가까웠다.

다음 설명에서는 메모에 다시 내 질문이 남았다

또 다른 설명회 날에는 시작 전에 가방과 휴대폰을 정리했다. 연락과 개인 알림을 살피고, 이동 경로를 확인한 뒤 노트를 꺼냈다. 이번에는 종이에 적힌 회사 수가 전보다 적었다. 그 숫자를 보고 초조해질 때마다 듣고 싶은 이유를 옆에 써둔 것을 읽었다. 다른 사람이 얼마나 많은 자료를 들고 다니는지보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이해했는지를 보려고 했다.

설명을 듣다가 알림을 확인했을 때 담당자는 계속 말하고 있었다. 나는 주변 흐름을 끊지 않고 다음 이동까지 남은 시간을 알 수 있었다. 꼭 바로 일어날 필요는 없었다. 하던 설명을 듣고 메모를 끝낸 뒤 안내에 맞춰 움직였다. 내가 정해둔 시각을 아는 일과 눈앞의 이야기에 예의를 갖추는 일이 서로 충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그날은 실제로 느껴졌다.

한 회사에서는 예정에 없던 질문을 했다. 신입사원이 일을 배우는 동안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을 구하는지 궁금했다. 답을 듣고 나니 홈페이지에서 본 문구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다음 설명 하나를 놓쳤지만 그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 행사장을 나오며 친구에게 오늘 괜찮았던 이야기를 말할 수 있었다. 방문한 회사 이름만 나열할 때보다 기억이 더 구체적이었다.

취업 준비를 하면 기다리는 시간에도 뒤처지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래서 일정표를 꽉 채우고 알람을 여러 개 맞추는 마음을 지금도 안다. 다만 준비를 열심히 하는 마음이 큰 소리로 드러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 다음 시간을 조용히 챙기면 현재의 설명도 조금 더 잘 들을 수 있다. 그 뒤로 나는 행사장을 얼마나 빨리 돌았는지보다 어떤 질문을 남겼는지를 먼저 떠올린다.

넨네

다음 일정도 챙기고, 지금 눈앞의 이야기도 끝까지

여러 일정을 오가는 날 조용한 개인 알림이 필요하다면 넨네를 살펴보세요. 행사 안내와 이어폰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불필요한 알람은 입장 전에 정리해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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