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축제 둘째 날 오후

축제 부스 교대 전에 잠들어
친구 혼자 일하게 만든 썰

30분만 쉬고 내려가려 했는데, 눈을 떴을 때 부스에는 친구 혼자 주문과 계산을 모두 받고 있었습니다.

학과 축제 부스를 준비한 주는 수업보다 축제 일이 더 많게 느껴졌다. 낮에는 강의를 듣고 저녁에는 메뉴판을 만들었고, 전날 밤에는 천막 아래에서 테이블과 조명을 설치했다. 집에 돌아간 시간은 새벽 두 시가 넘었다.

둘째 날 아침부터 부스에는 사람이 몰렸다. 나는 주문표를 받고 음료를 건네고 떨어진 컵을 창고에서 가져오는 일을 번갈아 했다. 음악 소리와 사람 목소리가 계속 겹쳐서, 오후가 되자 이름을 불러도 한 박자 늦게 대답할 만큼 지쳤다.

친구가 저녁 교대 전까지 잠깐 쉬고 오라고 했다. 내 다음 근무는 다섯 시였고 시계는 네 시 십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학생회실에서 30분만 누웠다가 십 분 전에 내려오면 충분했다.

학생회실 소파에는 전날 쓰고 남은 현수막과 박스가 쌓여 있었다. 나는 한쪽을 겨우 비우고 앉았다. 복도에서는 여전히 축제 노래가 들렸지만 문을 닫으니 소리가 멀어졌다. 조용해진 순간 몸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게 됐다.

휴대폰에 네 시 사십 분 알람을 맞췄다. 방 안에서 크게 울리면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할까 봐 진동만 켰고, 휴대폰은 손에 쥔 채 눈을 감았다. 단체 채팅방에 “다섯 시 전에 내려감”이라고 쓰려다 전송 버튼을 누르지 못한 것도 나중에 알았다.

잠결에 손바닥이 한 번 떨린 것 같았다. 나는 누군가 메시지를 보낸 줄 알고 휴대폰을 소파 옆에 내려놓았다. 진동이 알람이었는지, 실제 메시지였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다시 잠들었다. 축제 소음 속에서는 작은 진동 하나가 금세 다른 감각에 묻혔다.

눈을 뜨게 한 것은 전화가 아니라 문을 여는 소리였다. 물품을 찾으러 온 후배가 “선배, 부스 안 내려가세요?”라고 물었다. 화면을 켜니 다섯 시 십칠 분이었다. 부재중 전화 네 통과 내 이름이 들어간 메시지가 여럿 보였다.

운동장까지 내려가는 길은 평소보다 길었다. 계단에서는 사람들이 올라왔고, 잔디밭 입구에서는 줄을 피해 돌아가야 했다. 멀리서 우리 부스가 보였을 때 친구는 계산대 앞에서 주문을 받고 뒤쪽 음료까지 혼자 만들고 있었다.

나는 가방을 내려놓을 틈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친구는 화를 내는 대신 “일단 얼음부터 채워 줘”라고 말했다. 그 말이 더 미안했다. 테이블 위에는 밀린 주문표가 겹쳐 있었고, 쓰레기 봉투는 이미 가득 차 있었다.

20분 가까이 둘이 정신없이 움직이고 나서야 줄이 줄었다. 그제야 친구는 “전화 안 받아서 어디 아픈 줄 알았어”라고 말했다. 나는 늦잠 잤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축제니까 조금 늦어도 괜찮을 거라 마음 한편에서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교대 시간은 쉬던 사람이 돌아오는 시간이 아니라
버티던 사람이 쉴 수 있게 되는 시간입니다.

밀린 주문이 끝난 뒤

내 휴식의 끝에는 친구의 휴식이 있었다

친구는 원래 다섯 시에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되어 있었다. 내가 오지 않는 동안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약속한 사람까지 기다리게 했다고 했다. 내가 놓친 것은 부스 근무 17분만이 아니라 친구의 식사 시간과 다른 사람의 계획이었다.

그날 밤 우리는 교대표를 다시 정리했다. 각 시간 담당자가 도착하면 단체 채팅방에 표시하고, 교대할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정각이 되기 전에 연락하기로 했다. 재료 위치와 정산 방법도 한 사람만 알고 있지 않도록 짧은 목록으로 공유했다.

다음 날에도 피곤한 건 똑같았다. 쉬지 않고 버티면 오히려 주문을 틀릴 것 같아 학생회실에 다시 올라갔다. 이번에는 돌아갈 시각 15분 전과 5분 전에 알람을 두 개 맞추고, 이어폰에서 실제 소리가 나는지 짧게 시험했다.

휴대폰은 소파 틈으로 들어가지 않게 가슴 쪽 주머니에 두었다. 함께 쉬던 친구에게도 내가 몇 시에 내려가야 하는지 말했다. 첫 알람이 귀에 들렸을 때 바로 몸을 일으켰고 두 번째 알람은 계단을 내려가며 껐다.

이어폰 알람 하나가 교대표의 빈틈을 모두 막아 주는 것은 아니었다. 배터리가 부족할 수도 있고 연결이 끊길 수도 있다. 그래서 알람, 단체 채팅방 확인, 동료와의 시간 공유를 함께 쓰는 편이 마음도 편했다.

축제가 끝난 뒤 사진을 보면 즐거운 장면이 훨씬 많다. 친구들과 웃으며 찍은 사진도 있고, 마지막 재료를 다 팔았다고 환호한 영상도 있다. 그런데 그 축제를 무사히 보낸 건 신나는 순간 사이에 누군가가 정해진 자리를 지켜 줬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기억한다.

이제 교대가 있는 날에는 쉬기 전에 다음 사람의 얼굴부터 떠올린다. 내가 제시간에 일어나는 일은 성실함을 보여 주기 위한 작은 시험이 아니다. 지금 혼자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안심하고 쉴 수 있게 해 주는 약속이다.

이 글은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넨네

축제 사이 잠깐의 휴식도,
다음 교대 시간에 맞게.

북적이는 축제에서 잠깐 눈을 붙일 때 내 귀에만 들리는 알람으로 교대 약속을 지켜 보세요.

넨네 다운로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