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전날 컴퓨터실
공모전 영상 출력 기다리다
컴퓨터실에서 잠든 썰
팀원 셋이 만든 영상을 마지막으로 출력하는 일은 제 몫이었고, 눈을 뜨게 한 건 완료 알림이 아니라 폐실 안내였습니다.
공모전 마감 일주일 전부터 우리 팀의 대화는 영상 이야기뿐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인터뷰 영상을 찍고, 밤에는 자막을 고쳤다. 제출 전날이 되어서야 마지막 장면과 배경 음악의 길이가 맞았다.
문제는 내 노트북으로 최종 영상을 출력하면 두 시간 가까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학교 컴퓨터실에는 성능이 좋은 편집용 컴퓨터가 있었고 밤 열 시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나는 파일을 가져가 출력한 뒤 클라우드에 올리겠다고 했다.
저녁 여덟 시가 조금 넘어 출력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는 남은 시간 42분이 표시됐다. 팀원들은 먼저 집으로 가면서 완료되면 단체 채팅방에 알려 달라고 했다.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한 시간 안에 끝난다고 말했다.
처음 10분은 화면의 진행률을 계속 바라봤다. 숫자는 생각보다 천천히 올라갔고 컴퓨터 팬 소리는 일정했다. 다른 자리에서도 과제를 하던 학생들이 하나둘 가방을 챙기자 컴퓨터실은 빠르게 조용해졌다.
경고음이 스피커로 울리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아 휴대폰은 무음으로 두었다. 출력 프로그램이 완료되면 화면에 창이 뜨니 굳이 알람까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졸리면 세수하고 오려 했지만 공용 컴퓨터를 비워 두는 것도 불안했다.
나는 책상에 팔을 포개고 잠깐 이마만 댔다. 눈을 완전히 감지 않으려고 했지만 일정한 팬 소리가 빗소리처럼 들렸다. 전날 세 시간밖에 못 잔 몸은 남은 시간 표시보다 훨씬 빠르게 판단을 끝냈다.
누군가 어깨를 두드렸을 때 화면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관리하시는 분이 곧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계를 보니 아홉 시 오십이 분이었다. 40분만 기다리려던 자리에 한 시간 반 가까이 엎드려 있었던 셈이다.
마우스를 움직이자 화면에 오류 메시지가 떠 있었다. 저장 공간이 부족해 출력이 중간에 멈췄다는 내용이었다. 그 순간 손끝이 차가워졌다. 잠들지 않았다면 오류가 뜬 시점에 공간을 정리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 이제 폐실까지는 8분뿐이었다.
팀원들에게 상황을 알리려고 채팅방을 열었다. “잘 되고 있어?”라는 질문 뒤에 “왜 답이 없어?”가 이어져 있었다. 내가 자신 있게 맡겠다고 한 일이었고, 모두가 며칠 동안 만든 파일이었다. 단순히 내 과제를 늦게 내는 것과는 무게가 달랐다.
관리하시는 분께 사정을 설명했지만 폐실 시간을 늘릴 수는 없었다. 대신 작업 파일을 외장 저장 장치에 다시 복사하는 동안 기다려 주셨다. 나는 계속 죄송하다고 말하며 진행 막대를 바라봤다. 이번에는 1퍼센트가 오르는 시간까지 길게 느껴졌다.
기다리는 시간도 작업 시간이고,
완료됐는지 확인하는 일까지 맡은 일입니다.
마감까지 남은 밤
알람과 백업은 서로 대신할 수 없었다
기숙사로 돌아온 뒤 팀원 한 명의 노트북을 빌려 다시 출력을 시작했다. 성능이 느려 새벽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다행히 마감은 다음 날 오후였다. 우리는 번갈아 화면을 확인했고 아침이 되기 전에 정상 파일을 얻었다.
공모전에는 결국 제시간에 제출했다. 제출 완료 화면을 캡처해 단체 채팅방에 올렸을 때 모두 수고했다고 했지만 나는 바로 기뻐하기 어려웠다. 여유가 있었기에 수습했을 뿐, 마감 직전이었다면 돌이킬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뒤로 오래 걸리는 작업에는 예상 완료 시각보다 이른 알람을 맞춘다. 이어폰에서만 들리는 소리로 주변을 방해하지 않되, 연결 상태와 음량을 먼저 확인한다. 프로그램의 완료 알림과 별개로 중간 점검 시간을 두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파일 관리 방식도 바꿨다. 편집 파일과 원본은 팀 공유 공간에 올리고, 출력 전에 저장 공간을 확인한다. 완성 파일은 직접 재생해 처음과 끝, 소리, 자막을 확인한 뒤에야 제출용이라고 이름 붙인다.
학교 컴퓨터실의 이용 규칙과 폐실 시각도 작업 계획에 먼저 넣었다. 어떤 사정이 있어도 공용 공간의 마감 시간을 내 과제 때문에 바꿀 수는 없다. 여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밤샘으로 버티는 것보다 훨씬 확실한 대비였다.
이어폰 알람은 조용히 깨는 데 도움이 됐지만 작업을 저장해 주거나 오류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알람은 확인할 시각을 알려 주는 도구이고, 실제 확인과 백업은 결국 내가 해야 한다. 그 구분을 알고 나니 오히려 알람을 더 제대로 쓰게 됐다.
지금도 긴 진행 막대를 보면 그날 어두워졌던 화면이 떠오른다. 기다리는 동안 잠깐 쉬는 건 잘못이 아니었다. 다만 여러 사람의 시간이 들어간 일을 맡았다면, 안심하고 쉴 수 있을 만큼 확인 방법을 만들어 둬야 한다는 것을 그 밤에 배웠다.
이 글은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넨네
긴 작업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확인할 시간은 조용하고 또렷하게.
공용 작업 공간에서 잠깐 쉴 때 이어폰 알람과 충분한 여유, 안전한 백업을 함께 준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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