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지 않으려고 켠 타이머를 끄는 일을 잊었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쉬는 시간 종료 알람을 맞췄는데, 연주가 시작된 뒤 울린 썰
쉬는 시간에 자리를 비웠다가 늦게 돌아올까 봐 타이머를 켰다. 재입장 안내를 듣고 제때 앉았으니 안심했는데, 두 번째 순서가 시작되고 나서 가방 안의 알람이 울렸다.
넨네 편집팀 ·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공연 예절부터 찾아보고 갔다
처음 가보는 공연장이었다. 좋아하는 곡을 직접 들을 수 있다기에 표를 예매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장소라 준비할 것도 많게 느껴졌다. 언제 박수를 치면 되는지, 공연 중 자리를 비우면 어떻게 되는지 미리 찾아봤다. 평소보다 조금 단정하게 입고 일찍 도착했다. 다른 관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표에 적힌 좌석 번호도 몇 번이나 확인했다.
첫 순서는 생각보다 편하게 들었다. 무대 위 손의 움직임과 악기 소리가 함께 보이니 집에서 듣던 것과 달랐다. 객석이 조용해지는 순간에는 작은 기침 소리도 또렷했다. 나는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꾸고 가방 안에 넣어둔 상태였다. 시작 전에 정리할 것을 다 했다는 느낌이 있었다. 나중에 그 가방을 다시 열어 타이머를 켜게 될 줄은 몰랐다.
쉬는 시간이 되자 화장실에 다녀오고 물도 마시러 나갔다. 로비에는 사람이 많았고 줄을 서는 동안 시간이 제법 흘렀다. 안내에 적힌 쉬는 시간의 길이는 봤지만 시작하고 몇 분이 지났는지는 정확히 세지 않았다. 늦게 돌아오면 입장하지 못할까 봐 걱정됐다. 그래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휴대폰을 꺼내 타이머를 켰다. 그때부터 시간을 새로 세면서 이미 지난 몇 분을 놓쳤다.
타이머가 끝나기 전에 재입장 안내가 들렸다. 나는 물병을 정리하고 다른 관객들과 함께 들어갔다. 좌석을 찾아 앉으니 무대에는 아직 준비하는 사람이 있었다. 늦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먼저 왔다.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프로그램을 폈다. 로비에서 나를 재촉해줄 예정이던 타이머는 역할이 끝났는데도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내가 제때 돌아왔다는 사실이 그 타이머를 꺼주지는 않았다.
무대의 소리 사이에 내 휴대폰 소리가 들어왔다
두 번째 순서가 시작되고 객석이 어두워졌다. 나는 악기 소리를 따라가며 프로그램에서 읽은 내용을 떠올렸다. 연주가 잠깐 여려지는 부분에서 짧은 전자음이 들렸다. 처음에는 무대 장비에서 나는 소리인가 싶었다. 그런데 가방 안에서 익숙한 패턴으로 한 번 더 울렸다. 순간 로비에서 켰던 타이머가 떠올랐다. 나는 무릎 위 프로그램을 접고 급하게 가방을 열었다.
지퍼 소리까지 크게 느껴졌다. 휴대폰을 꺼내는 동안 손잡이가 좌석 팔걸이에 걸렸고 화면은 어둠 속에서 유난히 밝았다. 옆 관객이 시선을 내 쪽으로 돌렸다. 나는 타이머를 멈추고 화면도 바로 껐다. 죄송하다는 말을 크게 할 수도 없어 고개만 숙였다. 연주는 이어졌지만 내 귀에는 방금 울린 전자음이 계속 남아 있었다.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도 어색했다.
잠깐 뒤 다시 가방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다른 알람까지 남아 있으면 어떡하나 싶었다. 하지만 화면을 또 켜면 그것도 방해가 될 것 같았다. 나는 가방 위에 손을 얹고 연주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듣고 싶어서 온 곡인데 어느 부분이 지나가는지도 놓쳤다. 잘 준비했다고 생각한 관객이 가장 긴장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곡이 끝나고 박수가 나올 때 옆 사람에게 작게 사과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무대를 향해 박수를 이어갔다. 다행히 누구도 길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끼어든 순간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음원에서는 다시 재생하면 되지만 그날 그 연주를 듣던 시간은 한 번뿐이었다. 나는 남은 순서가 시작되기 전에 휴대폰 전원을 끄고 가방을 닫았다.
나는 제때 돌아왔지만, 나를 부르기로 한 타이머는 아직 로비의 시간을 세고 있었다.
제때 돌아오는 준비에 마지막 동작이 빠져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 로비에서 휴대폰을 켰다. 타이머를 시작한 시각과 입장한 시각을 생각해보니 실수가 분명했다. 쉬는 시간이 시작된 뒤 한참 지나 새 타이머를 켰고, 안내 방송을 듣고 먼저 돌아오면서도 종료하지 않았다. 시간 계산도 틀렸지만 더 직접적인 문제는 목적을 다한 타이머를 남겨뒀다는 것이었다. 돌아와 앉는 데까지만 생각하고 휴대폰을 정리하는 순서를 빼놓았다.
나는 공연에 익숙하지 않아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데 예절을 많이 읽었다는 사실이 당일의 작은 확인을 대신하지는 않았다. 로비에서 무엇을 하든 재입장할 때 다시 정리해야 했다.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니 너무 오래 마음 쓰지 말라고 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하면서 다음에는 어디서 손을 한 번 더 움직이면 되는지 구체적으로 기억해두고 싶었다.
쉬는 시간에는 공연장 시계와 재입장 안내를 먼저 보기로 했다. 개인 신호가 필요하면 실제 남은 시간을 기준으로 잡아야 했다. 로비에서 이어폰을 사용할 수 있는 때에는 넨네처럼 내게만 들리는 방법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다만 안내 방송을 놓치지 않도록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했다. 기기를 더하는 것보다 공연장의 진행을 알고 움직이는 일이 먼저였다.
객석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이어폰을 정리하고 타이머를 끈다. 로비에서만 필요했던 알람과 반복 알람도 확인한다. 연주 중에는 공연장 안내에 따라 휴대폰 전원을 끄거나 필요한 설정을 마친다. 이어폰 알람이 있다는 이유로 객석에서 계속 알람을 받을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었다. 조용한 도구를 쓰는 시간과 모든 신호를 끝내두는 시간을 분명히 정하니 오히려 준비가 단순해졌다.
다음 공연에서는 쉬는 시간이 정말 쉬는 시간이 됐다
다음 공연에 갔을 때는 로비 동선부터 조금 여유 있게 잡았다. 쉬는 시간에 꼭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고, 줄이 길면 다른 선택을 했다. 모든 것을 다 하고 돌아오려다 조급해질 필요는 없었다. 돌아갈 때는 표를 확인하는 것처럼 휴대폰의 남은 알람도 확인했다. 그 작은 순서가 생기니 객석에 앉은 뒤 가방을 의식하는 일이 줄었다.
불이 어두워지고 연주가 시작됐다. 소리가 작아지는 부분에서 지난번 일이 잠깐 떠올랐지만 가방을 만지지 않았다. 꺼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대에서 들리는 소리를 그대로 따라가려고 했다. 조용한 순간은 내 실수가 드러날까 걱정하는 시간이 아니라 음악을 더 가까이 듣는 시간이 됐다. 그제야 내가 이 공연을 보러 온 이유로 돌아온 것 같았다.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과 함께 로비로 나왔다. 휴대폰을 켜고 돌아갈 길을 찾았다. 객석 안에서는 듣지 않아도 됐던 알림들이 그때 도착했다. 특별히 놓친 일은 없었다. 다음 일정까지 모두 붙들고 있어야 안심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시간에는 잠깐 내려놓아도 됐다. 로비에서 쓰던 도구를 객석에까지 그대로 들고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제는 자연스럽게 알았다.
내가 원했던 것은 늦지 않게 돌아와 좋은 연주를 듣는 일이었다. 그 목표에는 다른 사람도 같은 연주를 편히 들을 수 있게 하는 일이 포함돼 있었다. 나를 챙기는 준비와 주변을 배려하는 준비가 따로 있지 않았다. 이제는 공연 표를 예매하면 연주 목록과 함께 휴대폰을 정리할 순간도 떠올린다. 재입장 전에 마지막으로 멈춰두는 작은 타이머 하나가 그날의 음악을 지켜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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