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한가운데서
카페에서 알람이 크게 울려 모두가 돌아본 썰
약속 전 스무 분만 쉬려 했는데, 내가 고른 벨소리가 카페 음악보다 크게 들렸다.
이야기 쇼츠
약속보다 일찍 도착한 사람
약속 장소에 너무 일찍 도착한 날이었다. 밖은 비가 왔고 상대는 아직 이동 중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서서 기다리기보다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창가 자리에 앉아 젖은 외투를 의자 뒤에 걸고 따뜻한 차를 주문했다. 약속까지 스무 분쯤 남아 있었다.
그 전날 잠을 설쳤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으니 눈이 자꾸 감겼다. 나는 상대에게 도착하면 연락해 달라고 해 두었고, 혹시 메시지를 못 볼까 봐 휴대폰 알람도 맞췄다. 평소 집에서 쓰던 알람이었다. 시각을 고르고 저장을 누르기까지는 신중했는데, 소리가 얼마나 크게 나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카페에는 노트북을 펴 놓은 사람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두 사람이 있었다. 음악이 작게 흐르고 커피를 내리는 소리가 가끔 났다. 그래서 나는 이곳이 도서관처럼 조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누가 잠깐 졸아도 눈에 띄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주변에 소리가 있다는 것과 갑작스러운 알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나는 차를 몇 모금 마시고 휴대폰을 컵 옆에 엎어 두었다. 눈을 감으니 카페의 웅성거림이 오히려 편하게 들렸다. 완전히 잠들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음 장면은 갑자기 시작됐다. 활기찬 멜로디가 귀 바로 옆이 아니라 테이블 한가운데서 튀어나왔다. 잠깐은 다른 사람의 전화벨인 줄 알았다.
소리의 출처가 내 휴대폰이라는 걸 알아챘을 때는 이미 맞은편 사람들이 고개를 돌린 뒤였다. 급히 휴대폰을 집어 들다가 잔받침을 건드렸다. 컵이 흔들리고 차가 한 방울 테이블에 떨어졌다. 알람 끄기 버튼은 왜 그렇게 작아 보였는지 모른다. 손가락이 화면을 한 번 헛짚는 동안 같은 멜로디가 다시 처음부터 울렸다.
꺼진 다음에 남는 시선
알람을 끄고 작은 목소리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맞은편 사람은 괜찮다는 듯 손을 흔들었고, 노트북을 보던 사람도 다시 화면으로 돌아갔다. 카페 직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나무라지 않았지만, 이미 잠이 깨고 얼굴이 뜨거워진 뒤였다. 창밖 빗줄기만 계속 보고 있었다.
잠시 후 약속 상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근처 도착했어.” 나는 기다렸다는 듯 답장을 보냈다. 사실 몇 분 더 카페에 있어야 했지만, 휴대폰을 다시 테이블에 놓는 것도 어색했다. 아직 듣지 않은 사람까지 내 벨소리를 기억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당연히 대부분은 곧 잊었을 테지만, 당사자에게 그 몇 초는 길다.
알람을 안 맞췄다면 약속 자체를 놓칠 수도 있었다. 피곤한 상태였고, 휴대폰 메시지는 무음으로 해 두었다. 다시 생각해도 나를 깨울 신호는 필요했다. 다만 그 신호가 테이블 위 스피커에서 나올 이유는 없었다. 이어폰이 가방 안에 있었는데도, 알람을 맞출 때는 그 생각이 나지 않았다.
또 하나 놓친 것은 알람 앱의 출력 방식이었다. 이어폰을 꽂았다고 모든 알람이 이어폰으로만 울리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쓰던 휴대폰 기본 알람은 평소처럼 스피커로 울렸다. 사용 전에 실제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이어폰만 끼었다면 같은 일을 반복할 수도 있었다.
약속 상대를 만나서는 그 일을 웃으며 이야기했다. 상대도 공공장소에서 휴대폰이 울려 당황한 적이 있다며 같이 웃었다. 웃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졌지만, 다음에 같은 상황이 오면 웃을 일 없이 지나가고 싶었다. 기다리는 동안의 작은 휴식은 남의 집중이나 대화를 끊지 않고도 가능해야 한다.
한 곡이 끝날 때까지
알람이 울릴 때 카페 음악은 잔잔한 곡이었다. 휴대폰 벨소리의 첫 음이 유난히 튀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음악과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있으니 내 알람도 묻히겠지 생각했지만, 갑자기 시작되는 소리는 배경음과 달랐다. 한두 사람만 쳐다봤는데도 마치 카페 전체가 돌아본 것처럼 느껴졌다.
휴대폰 화면을 끄고 나서도 손이 덜덜 떨렸다. 테이블에 떨어진 차 한 방울을 냅킨으로 닦으며 시간을 확인했다. 알람은 내가 약속을 잊지 않게 해 줬다. 동시에 주변 사람들의 책 읽는 시간과 대화를 몇 초 끊었다. 잘못이 큰 사건은 아니었지만, 굳이 반복할 필요도 없는 종류의 민망함이었다.
집에 돌아와 이어폰을 연결하고 평소 쓰던 알람을 시험했다. 뜻밖에도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다가도 벨소리는 휴대폰 쪽에서 나왔다. 그제야 카페에서 알람을 맞추며 막연하게 생각한 ‘이어폰이 있으니까 괜찮겠지’도 확실한 답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앱마다 출력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셈이었다.
새로 쓸 타이머는 낮 시간에 먼저 테스트했다. 이어폰을 끼고 짧은 시간을 정해 알림이 울리는 곳을 들었다. 스피커에 귀를 가까이 대고 소리가 새지 않는지도 살폈다. 손에 쥔 휴대폰의 진동만으로 충분한지, 이어폰 소리는 너무 크지 않은지도 확인했다. 실제로 잠깐 쉬기 전에 이런 시험을 해 두니 카페에서는 시간을 정하는 일이 간단해졌다.
약속 상대에게는 도착하면 연락을 달라고 했지만, 메시지는 알람과 역할이 다르다. 상대가 전철 안에서 통신이 잘 안 될 수도 있고, 내 휴대폰이 무음이면 메시지를 보고도 지나칠 수 있다. 짧은 개인 알림은 그 사이에 내가 시각을 다시 확인하게 해 준다. 정해진 약속 시각보다 조금 일찍 울리게 맞춘 이유도 그래서였다.
카페에서 쉬는 사람은 나만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일하다가 잠깐 숨을 돌리고, 어떤 사람은 친구가 올 때까지 앉아 있다. 손님들이 말하고 음악이 흐른다고 해서 누구든 스피커 알람을 울려도 되는 공간이 되는 건 아니다. 내가 민망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타인의 집중도 동시에 깨졌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된다.
다음 카페에서는 알림을 듣고도 급히 일어나지 않았다. 컵에 남은 차를 마시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의자를 살짝 밀어 넣었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았다. 그 평범한 마무리가 지난번의 부산스러운 몇 초보다 훨씬 기억에 남는다. 쉬는 시간의 끝까지 조용하면 기다림 전체가 편하다.
짧게 시험해 본 뒤에야
그 뒤로 카페에서 시간을 맞출 때는 먼저 이어폰을 연결하고 아주 짧은 타이머를 시험한다. 음량이 너무 크지 않은지, 휴대폰 스피커에서도 소리가 나지 않는지 확인한다. 연결이 불안정한 날에는 아예 잠들지 않고 화면을 가까이에 둔다. 약속 시각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게 맞추는 것도 잊지 않는다.
며칠 뒤 다른 약속을 기다리며 다시 카페에 앉았다. 이번에도 도착까지 시간이 남았고 눈은 피곤했다. 이어폰 알람을 맞추고 가방을 붙잡은 채 잠깐 쉬었다. 귀 가까이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 눈을 떴을 때, 옆자리 사람은 여전히 책을 읽고 있었다. 그 모습이 반가웠다. 내가 깬 순간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사건도 아니었다.
차를 마저 마시고 테이블을 정리했다. 컵을 반납한 뒤 문을 열고 나가자 비가 그쳐 있었다. 별일 없었던 기다림이 이렇게 편할 수 있구나 싶었다. 카페에 들어가기 전에는 약속에 늦지 않을지만 걱정했지만, 이제는 기다리는 시간을 어떤 소리로 끝낼지도 생각한다.
넨네
나를 깨우는 소리가 모두를 부르지 않게
카페처럼 함께 쓰는 공간에서는 이어폰 연결과 소리 출력을 확인한 뒤, 나에게 들리는 알람으로 짧은 휴식을 준비해 보세요.
다른 글 보기